다양한 사람들이 역을 사용합니다. 출근하는 사람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나에게 소중한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사람들. 그렇게 무수한 사람들이 매일 많은 역을 지나쳐 갑니다. 어딘가로 향하기 위한 경유지가 되기도 하고 하나의 이정표로써 약속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은 사람들의 이동에서 근본적인 출발지나 도착지, 즉 목적이 되기는 무척 힘듭니다. 대부분 역은 목적이 아니라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곳일 뿐이죠. 저는 그래서 역을 목적으로 삼아보는 짧은 여행을 다녀보기로 했습니다. 그저 역을 지나쳐 가는 것이 아니라 역에서 머무르며 벤치에 앉아 역을 관찰하는 조금은 특이할지 모르는 여행 말이죠.
역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이지만, 사실 역에 종일 앉아 있기는 저도 무척 힘이 듭니다. 너무 오래 역에만 앉아 있으면 휴대폰이나 보고 싶기 마련이죠. 그래서 시간을 정했습니다. 30분 내외. 딱 30분이라 정하면 자유롭게 다니는 여행치고 숨막히는 것 같아 역에 대한 30분 내외로 역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면 지체 없이 역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그 짧은 여행 동안 역을 관찰하는 것 말고도 이런저런 생각을 할 겁니다. 다만, ‘오늘 저녁 뭐 먹지?’와 같은 두서없는 생각만 할 수 없으니 어떤 생각을 할지 정했습니다.
역은 사람들의 일상에서 사람들을 이곳저곳으로 날라주는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사람들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공간이란 이야기입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아직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한참 많은 저이지만, 별로 길지 않은 인생에서 역은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입니다. 어떤 장소 자체가 역과 연결지어 생각이 날 때도 많고, 역 자체를 많이 방문하게 되어서 역 이름만 들어도 애착이 가는 역들이 있죠. 그만큼 역과의 추억도 잔뜩 쌓여 있습니다. 저는 가만히 앉아 역과 관련된 추억들을 톺아볼 생각입니다.
위의 말에 따르면 이제 제가 갈 수 있는 역들은 한정됩니다. 저의 머릿속에 강렬한 인상이 남아 있거나 깊은 추억이 남은 곳이어야 하는 것이죠. 제가 살아왔고 현재 사는 곳은 수도권이니 이러한 역들을 수도권 전철에 한정됩니다. 즉, 수도권 전철역들이 제가 여행할 곳들이 되는 것입니다. 시간은 딱히 정해두지 않을 생각이지만, 사람이 많은 것을 싫어하는 제 성격상 출근 시간이나 퇴근 시간은 피할 생각입니다. 조용한 사색의 여행이 되었으면 하는 저의 자그마한 바람도 역의 출퇴근 시간을 피하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아마 이런 짧은 여행 후에 쓰일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글이 될 겁니다. 역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들보다는 제가 기억하는 것,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주를 차지할 것이기 때문이죠. 사람들 대부분이 인식하는 역의 객관적인 사실들보다 역에 대한 저의 생각에 중점을 둘 겁니다. 의미가 텅 비어있는 공간의 역이 아닌 제가 애착을 갖는 장소의 역을 소개해 볼 생각입니다. 사실의 전달보다는 감정과 기억의 묘사에 초점을 맞추는 글로 저만의 관점에서 역을 서술해 나갈 것입니다.
역은 일상의 공간입니다. 바삐 움직이는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공간입니다. 하지만, 역이라는 공간은 보통 이동, 경유의 의미이지 도착, 목적의 의미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 공적인 의미의 역에서 벗어나 저는 조금 사적인 방향에서 역을 소개할 겁니다. 역이 도착이 되고 목적이 되는 여행. 짧은 시간이지만, 본래의 의미에서 벗어나 역을 생각하는 여행. 다른 공간을 향해 나아가는 발판으로써의 역이 아니라 나만의 특별한 장소로써 역을 인식하는 여행. 그리고 짧지만, 특별한 이 여행을 기록하는 것으로 어쩌면 발칙할지 모르는 이 생각들을 길게 남기고자 합니다. 자 이제 긴 서론은 뒤로하고, 역을 여행할 시간입니다. 시작은 저의 고향, 제가 가장 오래 살아온 저의 집과도 같은 오산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