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에서 30분 후기

by baekja

두 달여에 걸친 여행과 글쓰기가 끝났습니다. 5월 초에는 끝내려고 했는데 코로나에 걸리는 통에 조금 끝내는 게 늦어졌습니다. 이번 여행은 지하철역을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과 역에 담긴 추억들을 놓지 않고 잡아두고 싶다는 생각을 담아 쓴 글입니다. 역 자체에 30분 동안 앉아 생각하거나 역 주변을 살핀다는 것 자체가 나름 새로운 시선이었다고는 생각하나 글 자체는 무척 평이한 느낌이 듭니다. 아마 주가 되는 내용이 그냥 역과 제가 살아온 삶이라 그냥 한 사람이 살아온 하나의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범한 이야기지만, 다수의 공감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은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 그대로 제 이야기라 글 자체는 무척 평범하게 느껴지지만, 세세한 부분들은 특수성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수도권 지하철로 국한되는 이야기이며, 제 개인적인 사건들이 가득 들어가 있기에 평범하지만, 특수한 애매한 선상에 위치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일단, 써보고 싶은 글 쓰는 거니까요.


군대 일상 이후로 인문학이 아닌 글을 쓰는 건 거의 처음이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던 조용한 공간이 늘 제공되었던 군대를 나와 사회에 도착했을 때 생각은 점점 죽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은 너무 바빴고 혼란스러웠습니다. 사회에 적응하고 사회를 인식하는 시선들을 하나하나 파헤쳐보기도 바빴으며,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길게 생각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늘 인문학의 힘을 빌려야 했고, 제 생각 자체가 단순해지고 지쳐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런 제 생각을 조금 환기하여 보고자 시작한 글이었습니다. 책이나 핸드폰과 같은 다양한 미디어 컨텐츠를 손에 잡지 않으면 불안한 매 순간을 달래보려 시작한 글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빠르게 이동하는 도시의 중심과도 같은 지하철역. 그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30분 동안 그저 생각한다. 혹은 의미 없이 돌아다닌다. 이것이 일단 목표였습니다. 저에게 한 번씩 내준 30분은 새로웠지만, 늘 불안했고, 강제로 생각을 쥐어짜는 것은 나름 괴로웠습니다. 그래도 늘 해오던 무언가에서 벗어난 기분은 종종 들었습니다. 과거의 향수에 빠지기도 하고, 현재의 시선에서 장소의 의미를 생각해보기도 하는 등 늘 복잡했던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늘 해왔던 고민과는 다른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노력이 가장 덜 들어간 글 같지만, 노력을 덜 했기에 제겐 조금 새로운 글이 되었고, 이 글과 함께하는 시간이 새로워졌습니다. 재밌는 글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뭐가 됐든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글을 읽은 분들도 복잡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잠시 신선한 새로움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얻기를 간절히 바라며 글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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