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aekja Apr 18. 2024

삶을 길게 만드는 법

<어바웃 타임>

 언젠가의 누군가는 시간을 절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니까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1초, 1분, 하루, 1년 전부 사람이 만든 개념입니다. 시간이라는 단어조차도 사람이 만든 것이죠. 그래서 ‘시간이 흐른다.’는 말조차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일반적으로 시간은 지나갑니다. 해가 뜨고 지고,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옵니다. 자연의 흐름을 몸으로 느끼고 그것을 시간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며 우리는 살아갑니다.


 자연이 흐르듯 변하기에 시간도 흘러갑니다. 우리는 흘러가는 순간들을 붙잡고자 합니다. 하지만, 지구가 자전하고, 우주가 법칙에 따라 흘러가는 그 순간 속에서 우리는 멈출 수 없습니다. 그건 우리의 몸 또한 마찬가지라 태어나고 나서 점점 늙어가며 죽음을 향해 갑니다. 죽음이라는 끝이 있기에 삶은 유한하고, 삶의 길이를 나타내는 개념인 시간 또한 유한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삶만큼 주어진 절대적인 시간 너머로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합니다. 혹은 유한한 삶을 더 좋게 바꾸고자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슬러 이미 흘러간 그 전의 흐름으로 다시 가고 싶어합니다.


 영화 <어바웃 타임>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처음 시간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음을 알았을 때 주인공은 대부분의 많은 사람이 그렇듯이 ‘돈’을 얻으려 시간여행을 쓰고자 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아버지는 그렇게 쓰지 말라고 조언하고, 주인공은 사랑을 얻고자 시간여행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시간을 돌려서도 호감이 없는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가 처음으로 마음을 얻은 메리는 시간여행이 아닌 현실을 살며 만난 사람입니다. 그리고 만난 운명 같은 이를 시간여행으로 다른 사람을 돕다 놓치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다시 메리를 만나 시간여행으로 그녀와 연인이 됩니다. 


 저에게 과거로 갈 능력이 생기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묻는 말에 저는 이렇게 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로또 번호를 적어서 들고 갈 거야.” 네, 이젠 낭만도 기력도 없는 취준생의 무척 현실적이고 딱딱한 답변만 남아 있습니다. 모두 삶 좀 편하게 살고 싶잖아요? 그렇죠? 하지만, 사실 이건 시간의 사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아닌 그저 운적인 요소에 기대고자 하는 소시민의 답변에 불과합니다. 시간여행을 고작 여자친구 사귀는데 쓰는 주인공이 맘에 안 들 수도 있지만, 꽤 낭만적인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사람을 위한 최적의 선택을 찾으려 시간을 몇 번이고 돌리는 사람. 멋있습니다. 그는 로또에도, 복권에도, 주식에도, 코인에도 돈과 관련된 그 어떤 것에도 시간여행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가 남들보다 얻어낸 더 많은 시간은 오직 그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만을 위해 쓰였습니다.


 시간여행을 몇 번 더 하면서 주인공은 한 가지 비밀을 더 알게 됩니다. 아이를 낳은 후로는 그 전의 시간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 그 비밀을 알게 되고 얼마 지나 주인공의 아버지가 시한부 선고를 받습니다. 주인공에게 시간여행을 알려준 아버지는 주인공에게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알려줍니다. 아버지가 삶을 살면서 알아낸 시간여행을 잘 활용하는 법입니다. 평범하게 하루를 살고, 한 번 시간을 되돌려 놓쳤던 많은 것들을 되돌아보면서 행복하게 살 것. 


 주인공은 몇 번이고 인생을 살 기회를 받았습니다. 우리의 하루는 한 번이지만, 주인공의 하루는 몇 번이고 계속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무한할 수 있는 시간을 주인공의 아버지는 오히려 유한하게 만듭니다. 유한해야만 그 가치가 선명히 느껴지니까요. 남들이 사는 하루에 딱 한 번의 기회만을 더해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라는 아버지의 말은 삶의 유한함을 잊지 말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상대적으로 남들보다 많은 시간을 얻었을지언정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남들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다는 무한함에 취하면 언젠가 오는 절대적인 삶이자 시간의 끝인 죽음 앞에서 더욱 허무해질 것이니 말입니다.


 아버지가 죽고서도 시간여행을 통해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던 주인공은 셋째가 태어나게 되면서 아버지를 더는 만날 수 없게 됩니다. 마지막 시간여행에서 둘은 가장 즐거웠던 때로 돌아가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과거로 정말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영화에서 본 가장 큰 시간여행의 장점이었습니다. 그 시간여행을 마지막으로 주인공은 시간여행을 이제 하지 않습니다. 하루하루를 시간여행을 하는 것처럼 행복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삶을 사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말하면서요.


 주인공은 많은 방법으로 시간여행을 활용한 끝에 남들과 같은 시간을 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많은 시간을 쓴 끝에 내린 그의 삶은 시간여행을 알기 이전보다 훨씬 멋있고, 아름다울 것입니다. 모두의 하루는 같지만, 그의 하루는 행복과 사랑, 웃음을 찾아 최선을 다하는 하루입니다. 분명 우리가 만들어낸 개념 속에서 흐르는 하루는 남들과 똑같이 주어졌지만, 주인공의 하루는 상대적으로 더 길고, 가치 있을 것입니다.


 모두에게 주어진 하루는 같습니다. 하지만, 하루라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이기에 그 하루는 모두에게 각자 다릅니다. 누군가의 하루는 골방에 틀어박혀 게임만 한 날이었고, 누군가의 하루는 물류센터에서 무거운 것들을 종일 나른 날이었습니다. 누군가의 하루는 사무실에 박혀서 서류와 씨름하는 날이었고, 또 누군가의 하루는 모두의 꼭대기에서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며 세상을 바꿔가는 날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졌으니 열심히 살아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고. 저는 말을 조금 다르게 하고 싶습니다. 사람이 삶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시간의 길이가 달라지기에, 그로 인한 행복감이 달라지기에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공부를 할 때도, 일을 할 때도, 누군가를 대할 때도, 쉴 때도. 자신이 정한 선택에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로 하루를, 아니 평생이라는 삶의 시간을 길고 알차게 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삶을 거슬러 여행을 할 능력은 없지만, 우리는 이미 삶의 흐름에 올라타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 여행이 조금 길고 알차고 행복하기를 바라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희망을 가지고 나아가기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