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향한 마음

<림버스 컴퍼니 5.5장 20번구의 기적, 육참골단>

by baekja

※림버스 컴퍼니 게임의 다량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토리 분석글이라기 보다는 스토리에 대한 감상문에 가깝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림버스 스토리 1, 2, 3, 3.5, 4, 5장 감상문과 이어집니다. 먼저 보고 오시기를 추천합니다.


에이해브와의 전투가 끝나고 버스팀은 여전히 대호수 위에 떠 있습니다. 일을 할 때야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긴장감이 떨어진 지금 그저 나른할 뿐입니다. 오랜 시간 대호수에 떠 있었으니 모두 정신줄을 놔버리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겠죠. 딱 한 명만이 계속 긴장하고 있습니다. 한 명씩 자신의 차례가 온다는 걸 수감자들도 인식한 지금, 다음 차례가 자신이라고 히스클리프는 어렴풋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확인합니다. 버스가 T사로 향하는 지금, 자기보다 T사와 깊게 연관된 이가 있는 지를요. 물론, 없습니다.


히스클리프가 불안해하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만, 히스클리프가 명확히 밝히려 하지 않으니 다들 캐묻지도 않습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도 불안은 극대화되어 히스클리프는 돈키호테가 옷을 구하러 버스 뒷문으로 가자는 말도 안 되는 말을 듣고 따라가고야 맙니다. 그곳은 사람을 선물로 만드는 산타 복장의 괴상한 괴물들이 사는 곳이었고, 단테, 히스클리프, 돈키호테는 위험에 빠지나 사라진 것을 안 다른 동료들이 구하러 옵니다. 이것저것 확인해 본 결과 뒷문으로 온 곳은 도시 내부가 아닌 외곽이었습니다. 셋을 구출하고, 문을 통해 다시 버스로 돌아온 이들은 이제 히스클리프가 불안해하는 이유를 묻습니다. 히스클리프가 건넨 것은 넬리란 사람에게 받은 쪽지로 T사 워더링하이츠로 히스클리프를 초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캐시란 사람이 히스클리프가 꼭 와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적은 추신 내용이었죠.


히스클리프의 캐시, 정확히는 캐서린을 향한 마음은 무척 각별해 보입니다. 뭐든 힘으로 대범하고 단순하게 처리하려던 히스클리프의 모습과는 달리 복잡하고 불안한 모습이 이야기 내내 드러나고 있으니까요. 부끄러워하고, 어떻게든 꾸미려는 그의 모습은 어색하지만, 그에게도 사랑이란 감정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하게 합니다. 이런 히스클리프의 모습을 보고 돈키호테마저도 히스클리프에게 캐서린은 연인이 아니냐고 물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그것보다는 조금 복잡해 보입니다. 그곳에서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줘야 한다는 이중적인 얘기 또한 합니다. 애증의 관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히스클리프에게 캐서린은 애증이라는 단순한 단어로 표현될 수 있는 걸까요? 적어도 이것 하나는 확실해 보입니다. 히스클리프의 인생에서 캐서린은 과거, 현재, 미래를 통틀어도 하나밖에 없을 존재라는 것. 자신의 모든 마음이 향하는, 자신의 모든 마음이 쏟아지고야 마는 그런 사람이란 것.


T사에 도착하여 한 의뢰를 처리하기 위해 버스팀은 조직 간의 싸움에 끼어듭니다. 거기서 이상의 고향인 S사의 복장을 한 사람을 만납니다. 앵두라는 이름을 가진 그 사람은 S사의 폭정을 피해 도망 나온 검계라는 조직의 일원이었고, 한 빌딩에 갇혀 있는 자기 우두머리인 김삿갓을 찾으려 했습니다. 그곳에는 버스팀이 의뢰로 가져와야 할 모노리스라는 뒤틀림을 유발하는 장치가 있었고, 목적지가 같아진 버스팀과 앵두는 함께 빌딩으로 향합니다. 그곳을 지키고 있는 적들을 물리치고 마주한 것은 뒤틀린 김삿갓이었습니다. S사에서도 모두를 지키지 못하고 도망 나와야 했던 그는 도망 나와서도 모두를 지킬 수 없는 상황에 마음의 틈이 더해져 뒤틀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에게 모두는 지켜야 할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원하는 대로 모두 이루어진다면 현실이 아니기에 대나무처럼 올곧은 그의 마음은 꺾여버렸고, 뒤틀려 지켜야만 했던 것들도 스러지게 하였습니다. 모두를 지켜온 그의 등을 보아왔지만, 조금씩 꺾여가는 그의 마음을 볼 수 없었던 앵두의 마음 또한 절규로 변했습니다. 지켜야 할 대상을 해하였다는 것에 존경이 가득한 마음은 배신감으로 뒤덮여 마음에 균열이 났습니다. 앵두 또한 뒤틀리려 하여 버스팀이 막았죠. 김삿갓과 앵두는 버스팀의 활약으로 전부 폭주를 멈췄으나 이미 벌어진 마음을 어떻게 메울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삶을 살며 타인과 관계를 맺고, 그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마음을 갖습니다. 그저 아무것도 아니었던 누군가는 내 안에서 어떤 상으로 형성되고, 그 사람에 대한 마음과 감정이 그 상에 덮입니다. 더 많이 함께했던 사람일수록 상은 선명해지고, 마음은 깊어지며 감정은 강렬해집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으로 타인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거의 매 순간을 함께해온 사람이라도 타인이라면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타인이 지옥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죠. 앵두가 모두를 지키지 못했던 김삿갓을 이해하지 못하고 배신감을 느꼈던 것처럼요.


히스클리프의 마음에도 그 어떤 사람보다 강렬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이가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자기 마음이 모두 향하는 사람. 나도 모르는 자신을 발견하게 해주는 사람. 단 하나의 문장으로도 나의 삶을 동요시키는 사람. 바로 캐서린입니다. 어떤 과거가 현재 캐서린을 향한 히스클리프의 마음을 만들었을까요? 그리고 이 마음은 미래에 둘의 관계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까요? 마음에 더없이 강한 폭풍을 안고, 폭풍과 번개가 세상을 뒤덮은 듯한 그곳, 워더링하이츠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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