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붙었으니 집을 구할 차례입니다. 평창은 급했고, 선택지도 없었지만, 전주는 전북 최대의 도시이다 보니 집 매물이 제법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격도 쌌습니다. 투룸에서 쓰리룸을 월세 50이하로 구하기를 원했는데 제 직장이 있는 서학동과 그 옆 평화동에 매물이 적지만 없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쓰리룸이면서 넓이는 지금 평창 아파트와 비슷한 한 매물이 제 관심을 끌었고, 그 매물을 띄워 놓은 전주사랑방공인중개사사무소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제 원하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매물은 그거 하나였지만, 보러 가기까지는 시간이 좀 남은 상태라 매물이 팔릴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한 뒤 평창 인턴이 끝나고 며칠 지난 9월 26일. 어머니와 전주로 향했습니다. 약속 시간은 11시 30분. 그 전에 도착해서 남부시장 현대옥에서 콩나물 국밥을 한 그릇 했습니다. 맛은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상품권 응모를 해서 당첨되기를 간절히 빌었습니다.
원했던 매물이 나가지 않았습니다. 들어가서 살피는데 다행히 괜찮아 보였습니다. 매물도 많고, 시간적 여유도 있으니 바퀴벌레의 ‘바’자라도 보이면 오늘 전주 매물을 이 잡듯 다 뒤져볼 생각이었는데, 날벌레 시체는 좀 있어도 바퀴벌레는 없었습니다. 저와 엄마가 온갖 곳을 뒤져보며 바퀴벌레를 찾자 공인중개사 선생님이 얼마나 평창에서 호되게 당하셨으면……. 이라는 눈빛을 보내셨습니다. 원래 매물이 그렇게 나오면 소독을 싹 다 해줘야 한다는 말에 거기는 거기밖에 없고, 아파트 전체가 그런 느낌이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습니다.
다음에는 조금 떨어진 원룸을 봤는데 가격도 그리 싸지 않은데 상태도 처음 봤던 쓰리룸보다 애매해서 그냥 더 볼 것도 없이 바로 쓰리룸을 가계약했습니다. 사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서학동은 전주교대 학생들이 대부분 사는 곳이라 제가 집을 구했던 9월 말에는 매물이 많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만한 매물이 남은 것이 공인중개사 분도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고 하셨죠. 저로서는 행운이었습니다. 그렇게 기분 좋게 매물을 구하고, 마을과 직장 구경도 잠시한 뒤 집으로 향했습니다.
제가 계약하려는 쓰리룸은 다 좋았지만, 가구 옵션이 거의 없었습니다. 침대, 냉장고, 세탁기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죠. 당장 책상과 의자, 책장, 옷장 같은 것들을 구비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집 근처에 있는 기흥 이케아를 가기로 했습니다. 원래도 인테리어나 건축 보는 걸 좋아해서 전에도 어머니랑 간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직접 사러 간다니. 신기했습니다. 전에 보러 갔을 때는 이게 이쁘다, 저게 이쁘다고 말하면서 거의 어머니랑 수다를 떨러 갔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날카로운 눈빛으로 가격과 튼튼함, 유용성, 약간의 디자인을 생각해서 가구를 사러갔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이케아는 제법 비쌌습니다. 쿠팡에서 더 싸게 파는 것들이 많았거든요. 다만, 조금 안정적이고, 튼튼하기는 합니다. 그렇게 해서 목록을 대충 적어두고, 온라인 이케아 매장에서 시키기로 한 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까지 구했으니 이제 이사할 일만 남았습니다. 제 공간을 하나 만드는 일이 남아 있었죠. 평창에서 한 번 해보았으니 전주에서는 더 쉬웠습니다. 그다지 어렵지 않았고, 난관도 평창에 집을 구할 때보다는 없는 편이었습니다. 확실히 도시가 좋긴 좋은가 봅니다. 그럼에도 제 집은 오산이었습니다. 오산만큼 제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도시가 있는가하면 그건 아니었습니다. 구하지 않고, 계약기간을 생각하지 않아도 내 짐을 두고, 머무를 수 있는 곳. 제 집의 근본 중에서도 근본. 그곳이 오산이었습니다. 그 오산이 있기에 저는 지금 전국을 돌아다니며 제 근거지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이겠죠. 다만, 언젠가는 오산이 아닌 다른 곳에 부모님을 벗어나 진짜 제 집이 생길 겁니다. 오산, 서울, 평창을 지나 전주에 다다른 지금, 저는 제 바길이 어디에 멈출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