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 생태 탐험-동물편

by baekja


도시 촌놈으로 살아 정말 이것저것 모르긴 하지만, 공주의 시골과 백령도를 거쳐오면서 제법 많은 동물들을 보아왔다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도시에서의 삶이 익숙한 제게 동물들이 툭하면 튀어나오는 진부면은 신기함 그 자체입니다. 사실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동물들도 제법 있지만, 오대산의 풍경에서 보는 동물들은 그와 어우러져 생경함과 새로움을 자아냅니다. 봄부터 여름까지 제가 진부면에서 만났던 동물들을 소개하겠습니다.


평창 진부에 처음 도착한 3월 말은 추웠습니다. 동물 코빼기도 안 보였죠. 그럼에도 가장 먼저 봤던 것은 오대천변을 뛰어다니는 네 다리 짐승이었습니다. 군대에서 꾸워어어억 울기로 유명한 고라니. 대체로 야행성입니다. 그래서 저녁에 다리를 건너면 고라니가 뛰어가는 것을 4월 동안은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만 나오면 빛과 같은 속도로 도망가는데다 천변의 초목과 어우러져 잘 보이지 않아 사진은 제대로 찍지 못했지만, 저를 진부에서 처음 제대로 맞아준 동물은 고라니였습니다.


눈이 다 녹아가는 4월 중순. 오대산 전나무숲길을 따라 걷는데 다람쥐가 이쪽저쪽에서 튀어나옵니다. 산을 타시면서 다람쥐를 제법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다람쥐는 보통 사람 가면 도망갑니다. 하지만, 제가 여태까지 본 다람쥐들 중 전나무숲길 다람쥐들만 사람들을 따라다녔습니다. 사람들이 쌀알도 주고, 사과도 주고 하다 보니 좀 길들여진 것이죠. 전나무숲길만 돌아다니면 먹을 게 나오고, 사람들 옆에 있으면 위험하지도 않으니까 길 자체가 자기 집처럼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어느 날은 길옆에서 짝짓기를 하더라고요. 지나가던 등산객들과 어머어머를 외치던 것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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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나 시골에나 다 있는 곤충입니다. 날이 더워지며 더욱 기승을 부리는 벌입니다. 박물관 앞에서 땅벌들이 집을 만들려고 모여든 것을 소방관 분들을 불러서 내쫓아보기도 하고, 사무동에 걸린 말벌집을 떼어내 보기도 했습니다. 정말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말벌집을 떼는 방법을 당시 공무직 선생님들이 말씀해주셨습니다. 사람이 없는지 확인합니다. 방충망을 살짝 열어 막대기를 집어넣습니다. 한방에 말벌집을 떨어뜨립니다. 화난 말벌들이 앵앵거립니다. 빠르게 창문을 전부 닫습니다. 진짜 단순하고 깔끔하지만, 말만 들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방법이었습니다. 문제는 창문이 없는데 걸린 말벌집을 어떻게 하느냐는 겁니다. 그래서 한 공무직 선생님이 자기가 취미로 쓰시는 가스용 비비탄을 가져오셨습니다. 그걸로 조금씩 말벌집을 부수어 찌꺼기만 남게 만들었습니다. 저도 몇 발 쏘았는데 예비군 전날이라 다음날 사격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고맙다. 말벌들아. 내 사격 연습 상대가 되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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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다 떼어진 벌집 찌꺼기, 우: 땅벌들을 내쫓기 전 붙인 주의 종이


봄이 되면 강남에서 제비가 날아온다고 하죠. 저는 어렸을 때부터 수도권에 살아서 제비가 날아오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공주에서도 백령도에서도 제비 날아오는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평창에서는 5월에서 6월 사이 내내 제비가 날아다녔습니다. 다리 건너 진부면 읍내만 가면 제비들이 소란스레 날아다니는데 볼만 했습니다. 매일 비둘기, 까치, 까마귀만 보다가 늘씬하고 속도 빠르며 귀여운 제비를 보니 신선했습니다. 편의점 지붕 아래에 지어진 제비집은 무언가 어색했지만, 나름 어울리기도 했습니다. 그 속을 비집고 나오는 제비 새끼들의 합창이 참 듣기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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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가 읍내에 있다면 박물관이 있는 산속에는 박물관의 연못을 거점으로 하는 원앙이 있었습니다. 수려한 연꽃 사이를 지나다니는 엄마 원앙과 엄마 원앙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새끼 원앙들의 모습은 귀엽기 그지없었습니다. 아장아장 걷는 모습과 파닥거리며 물로 뛰어드는 모습은 백미였습니다. 헤엄칠 때 물에 기다랗게 삼각형 모양으로 파문이 일고, 연잎 사이를 뛰어다니며 원형의 파동을 일으키던 원앙들에 홀려 점심시간을 내내 지켜보기만 한 적도 있을 정도입니다. 제겐 힐링 동물에 가까운 친구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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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박물관 옆 돌 사이로 개미들이 집을 지었는지 수백 마리가 모여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그냥 개미도 아니고 시뻘건 불개미여서 관장님이 저거 어떡하냐고 당황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러자 사무관님이 차분하고 여유로운 목소리로 쟤들도 생물인데 그냥 놔두시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처음 보는 불개미 집단이라 당황하기는 했는데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생각은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에 출근했을 때 깨끗하게 사라져있어서 참 자연은 주식마냥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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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점사라는 뱀이 있습니다. 머리에 점이 7개 있다고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독이 세서 물린 후 일곱 발자국 걸어가면 죽는다하여 칠보사(七步蛇)라고도 합니다. 정식 명칭은 까치살무사입니다. 의학이 발달한 지금은 한국 뱀들이 맹독은 아니기에 빠른 처치만 있으면 죽을 일은 없다고 합니다. 쨌든 이 까치살무사를 본 것은 전나무숲길 옆입니다. 딱 남자 어른들이 모여 있으시기에(남자는 커서도 관심사가 비슷한가 봅니다.) 저도 스윽 껴서 봤습니다. 뱀 두 마리가 배배 꼬면서 짝짓기를 하고 있더군요. 머리는 세모 모양이었습니다. 독사를 그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라 독사 머리가 세모나다는 것을 지식이 현실로 보이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사람들이 계속 쳐다보니까 부끄러운지 두 마리가 같이 스르륵 도망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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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있는 것은 뱀뿐만이 아닙니다. 개구리도 갖고 있죠. 수족관이나 동물원에서 자주 보기도 하고, 사실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당개구리가 대표적입니다. 시골에서 보기 쉽다는데 저는 박물관 근처에서 처음 봐서 진짜 신기했습니다. 비 오는 날, 비를 맞고 우수에 찬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옆의 물가에는 백로가 앉아있었습니다. 백로는 흔히 볼 수 있는 새지만, 풍경 안으로 날아 들어가는 것이 마치 산수화의 한 장면 같아서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습니다. 무당개구리와 백로를 한꺼번에 같이 본 그날은 무언가 별천지에 온 것만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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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백로가 날아든 풍경, 우 무당개구리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옆에는 식당들이 모여 있는데 거기에는 고양이들이 돌아다닙니다. 어디서 기르는 것 같지는 않고, 식당 주변을 돌아다니며 식당 분들이 주는 이것저것을 주워 먹고 삽니다. 다만, 확실히 사람이 많이 사는 곳은 아니라서 뚱뚱한 친구들은 없습니다. 가끔 버스타고 출근하거나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오는 날이면 고양이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잘 만지지 않았지만, 제 동료 인턴 분은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셔서 자주 돌봐주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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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도마뱀입니다. 봄과 가을의 초입에서 볼 수 있었던 도마뱀은 흙과 물아일체를 시전, 보호색 때문에 무척 찾기 힘든 친구기도 했습니다. 흙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보여서 자세히 들여다보았더니 도마뱀을 찾은 것이었죠. 다리가 빠르기는 했지만, 몸집도 작고 생각보다 둔감한 친구라 사진을 찍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9월이 지났고, 저는 평창을 빠져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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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혼자 살 수 없기에 주변에 관심을 가집니다. 그것이 다른 사람이든 물건이든 생물이든. 저도 그랬습니다. 호기심에 이것저것 살펴보았고,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주변을 감싼 친구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재밌었고, 흥미로웠으며, 신기했습니다. 또한, 세상은 정말 많은 것들로 이루어져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평창의 깨끗한 자연에서 만난 동물 친구들 또한, 제가 지낸 6개월의 일부로 오래 기억에 남아 있을 겁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