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결국, 기다림의 시간

조금씩 자라고 있는 아이처럼, 나 자신도 천천히 괜찮아지는 중이에요

by 새싹조아

육아는 결국, 기다림의 시간

아이를 키우는 일은 예측이 아니라 매일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조금씩 익숙해질 것 같다가도 다시 낯설어지고, 안정을 찾았다 싶으면 또 다른 변수가 찾아옵니다.


그래서 부모는 자주 '기다리는 사람'이 됩니다. 울음을 그칠 때까지, 잠이 들 때까지, 뒤집고 걷고 말하기까지. 아직 오지 않은 순간을 조용히 지켜보며, 그저 곁에 머무는 사람.


육아는 많은 것을 배우게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배우는 건 기다리는 법입니다. 그리고 그 기다림 속에서, 부모는 아이만큼이나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걸 뒤늦게야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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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부터 알 수 없는 일투성이

아이를 키운다는 건 매일 새로운 질문을 마주하는 일입니다. 어제는 잘 자던 아이가 오늘은 새벽마다 울고, 분명 어제까지 잘 먹던 이유식을 오늘은 단호히 거부합니다. 같은 걸음을 반복해도 매번 다른 표정과 울음으로 반응하는 아이를 보며, 부모는 점점 깨닫게 됩니다. '이유'가 없는 경우도 있고, '정답'은 늘 뒤늦게 알게 된다는 것을요.


시간을 들여 육아서를 읽고, 검색창에 온갖 증상을 입력해보지만 결국 그날 아이가 왜 그랬는지 확실히 알지 못한 채 하루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어른이 되어 무엇이든 통제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마음은 무너지고, '모른다'는 사실 앞에 다시 서게 됩니다.


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될 때 느끼는 불안과 스트레스는, 심리적 불확실성에 대한 감정 반응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처음이라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누구에게나 그런 걸까요? 아이가 처음인 것처럼, 부모도 처음이니까요. 부모가 된다는 건 누군가를 돌보는 동시에 수많은 '모름'을 감당하는 일입니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하루 앞에서, 어쩌면 처음부터 모든 걸 알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데서 육아는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2. 기다림은 부모가 가장 먼저 배우는 감정

아이가 언제 잠들지, 언제 걷게 될지, 언제 말을 걸어올지 아무도 정확히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저 어느 시기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만 있을 뿐이죠. 그러다 보면 부모는 계획보다도, 지식보다도 먼저, 기다리는 법부터 배우게 됩니다.


처음엔 힘이 들어 자꾸 시간을 재게 됩니다. "도대체 몇 분째 우는 걸까", "언제쯤 자려나", "다른 아이들은 벌써 뒤집는다는데 왜 아직일까." 하지만 숫자를 세고 비교하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빨라지지 않는다는 걸 서서히 깨닫게 됩니다.


기다림이라는 건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견디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온 마음을 다해 지켜보는 일에 가깝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력감 속에서도, 부모는 아이의 몸짓과 표정 하나하나를 읽고 또 기다립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조금 더 느긋해지고, 조금 더 참을성 있어지며, 나도 모르게 변해갑니다.


이런 느린 흐름에 익숙해지기 위해, 하루가 너무 길게 느껴지는 날, 부모를 위한 작은 리듬처럼 자신만의 템포를 다시 찾는 일도 필요해집니다.


기다림은 조급함을 견디는 연습이자, 아이에게 시간을 내어주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무엇을 가르치기 전에, 무엇을 시키기 전에 부모는 먼저 멈추고 바라보는 법을 익혀야 하니까요. 바로 반응하고 싶은 순간에도, 아이는 느리고 다르게 움직인다는 걸 받아들이며 다시 마음을 고쳐먹게 됩니다.


3. 울음을 멈출 때까지, 그저 곁에 있는 일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부모는 먼저 그 이유를 찾으려 합니다. 배가 고픈 건 아닌지, 기저귀가 젖었는지, 어디가 아픈 건 아닐까. 문제를 해결하고 싶고, 당장의 울음을 멈추게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떤 날은 이유를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고, 모든 걸 다 해봐도 울음은 계속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비로소 부모는 알게 됩니다. 울음을 멈추게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울고 있는 동안 함께 있어주는 게 더 중요한 순간이 있다는 것을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아이의 등을 두드리거나, 품에 안아 조용히 흔들어주는 일. 어쩌면 그게 가장 깊은 위로인지도 모릅니다.


아이의 울음을 대하는 태도는 결국 부모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되곤 합니다. 당황하고 조급했던 처음을 지나, 어느 순간부터는 울음이 무조건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일 뿐이라는 걸 이해하게 되는 거죠.


울음을 멈추게 할 수 없을 때, 부모는 대신 기다리고, 함께 머물고,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는 마음을 선택합니다. 아이는 그 마음을 통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부모는 그 과정을 통해 다시 단단해집니다.


4. 발달의 속도는 아이마다 다르다는 것

처음에는 누구나 비슷한 기준표를 바라보게 됩니다. 생후 몇 개월에 뒤집고, 언제 앉고, 첫 걸음을 떼는지. 마치 시간표처럼 나열된 숫자 앞에서, 부모는 자연스레 비교하게 되고, 뒤처진 것처럼 느껴질 때면 걱정과 불안이 마음을 흔듭니다.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됩니다. 그 숫자들은 참고일 뿐, 아이마다의 속도는 다르다는 것을요. 누군가는 말보다 먼저 걷고, 누군가는 걷기보다 먼저 눈빛으로 세상을 탐색합니다. 순서도 다르고 방식도 다릅니다.


어떤 아이는 천천히 자라지만, 한 번 배우면 오래도록 놓치지 않습니다. 반대로 빠르게 시작한 아이도 어느 순간 멈칫하며 속도를 늦추기도 하죠. 중요한 건 누가 먼저가 아니라, 자신의 리듬대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이 속도의 다양함을 받아들이는 순간, 아이는 비교의 시선에서 벗어나 진짜 자신의 모습대로 자랄 수 있게 됩니다. 아이의 속도를 있는 그대로 믿고 따라가는 것. 그것이 아이에게는 든든한 발판이 되고, 부모에게는 가장 깊은 신뢰의 표현이 됩니다.


5. 시간이 알려주는 것들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몰랐던 일들이 있습니다. 매일 밤 깨는 아이를 안고 있던 시간, 이유 없이 울던 오후, 밥 한 끼를 끝내는 데도 한참이 걸리던 순간들. 그 모든 시간들이 지나고 나서야, 그 속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시간은 조용히 많은 걸 알려줍니다. 어떻게 울음을 그쳤는지, 어떤 루틴이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었는지, 어떤 말이 더 깊은 연결을 만들었는지. 그때는 그저 버티는 날들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들이 아이를 키운 만큼 나도 함께 자라게 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당장은 미처 보이지 않는 감정과 변화들이,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여 마음속에 남습니다. 그 기억들은 다음 기다림을 조금 더 너그러이 마주할 수 있게 해주고, 새로운 고민 앞에서도 한 발 느긋해질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합니다.


육아는 단지 성장의 시간이 아니라, 이해와 신뢰가 쌓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결국 시간만이 가르쳐 줄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죠.


6. 기다림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으려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부모는 자주 자신을 잊게 됩니다. 언제 쉬었는지, 마지막으로 혼자 밥을 먹은 게 언젠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모든 시간과 에너지가 아이에게 쏠리게 되죠. 그렇게 무언가를 끝없이 기다리다 보면, 어느 순간 내 마음은 그 자리에 머문 채 흐릿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위한 기다림이 곧 나를 위한 기다림이 되려면, 내 안의 목소리도 함께 돌보아야 합니다. 잠깐이라도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눈에 띄는 햇살 앞에 앉아 커피 한 모금을 마시는 일. 어쩌면 그 작은 시간들이 나를 잃지 않게 붙잡아주는 끈이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그런 작은 루틴이 바로 육아 중에도 나를 지키는 시간 만들기에서 이야기했던, 내 하루를 놓치지 않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기다림이 끝날 때까지 버티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도 내가 숨 쉴 수 있는 틈을 만드는 일. 부모로서의 나와, 사람으로서의 나를 동시에 안아주는 시간이야말로 아이를 향한 마음을 오래도록 지킬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육아는 끝없는 기다림이지만, 그 안에서도 나는 살아 있습니다. 조금씩 자라고 있는 아이처럼, 나 자신도 천천히 괜찮아지는 중이라는 걸 기억할 수 있다면, 그 기다림은 덜 외롭고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기다림 끝에 남는 마음

육아는 정답이 없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부모는 끊임없이 답을 찾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답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바로 기다려주는 마음, 그리고 그 안에서 나를 지켜내는 태도입니다.


하루하루가 더딘 것 같아도, 그 기다림 속에서 아이는 자라고, 부모는 단단해집니다. 그리고 나중에야 깨닫습니다. 그 시간들이 사랑의 다른 이름이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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