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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먹고 알 먹고]

by 우영이

때 없이 울어대는 샛길 건너 맞은편 집 닭 울음소리에 잠을 깼다. 꼬~끼오 꼭~끼~오. 새벽이다. 시골에 집을 마련한 후 설레는 마음으로 잠을 청하는데 주변 환경에 쉽게 적응이 되지 않는다. 첫날부터 이른 잠을 깨우는 불청객이 따로 있다. 한두 마리가 아닌 듯하다. 알을 낳는 닭부터 수탉까지 울음소리도 요란하다. 닭 울음소리를 가까이에서 듣는 것이 오랜만이다. 어릴 때 고향에서 닭을 키우고 함께 생활하던 이후 몇십 년 만의 일이다.

근처 닷새마다 열리는 장에서 청계 몇 마리를 샀다. 하얀색, 검은색, 붉은색이다. 병아리를 벗어난 주먹 정도의 크기다. 빠릿빠릿한 녀석으로 골랐다. 옆면을 칼로 부분 부분 구멍을 도려낸 종이 상자에 담고 노끈으로 묶었다. 한 손에 들고 주차장으로 돌아와 자동차 트렁크에 싣는다. 닭장은 오래전부터 텅 비어 있다. 이전 주인이 창고 옆 자락에 철재 망으로 튼튼하게 만들었다. 닭장 안에는 모이 통과 물통이 여럿 마련되어 있다. 병아리를 키우는 부화장까지 보인다.

상자 밖으로 쏟아진 병아리들은 낯선 환경에 어리둥절한 듯 움츠려 있다. 모이 통과 물통은 솔질까지 해 깨끗이 씻었다. 먹이는 준비가 되지 않아 집에 있던 조와 묵은쌀을 넣었다. 드디어 동물 농장을 꾸려간다. 밭에 자란 푸성귀와 잡초를 뜯어 살며시 넣어준다. 밥을 먹고 설거지 후 나오는 음식 찌꺼기는 닭 모이가 된다. 초보 동물 농장주가 되어간다.

다음날 사료 판매 가게를 찾아 이십오 킬로그램 한 포를 샀다. 포대 겉면에 구입 날짜를 적는다. 포대를 열어 한 바가지 움푹 퍼 담아 철제 닭장 문을 밀고 모이 통에 부었다. 닭이 몰려들어 쪼아 먹는다. 밤에는 나지막하게 걸쳐 둔 나무 횃대에 올라 서로 의지하듯 머리를 날개 죽지에 파묻었다. 새로운 곳으로 옮겨와 하루를 무사히 지냈다.

나름 걱정이 된다. 마실 물과 먹이는 충분히 준비했지만 일주일 정도 집을 비우게 된다. 그동안 탈 없이 지낼까 염려스럽다. 물과 모이를 넣어주고 문단속을 한 후 다음 주를 기약하며 집을 나선다.

길을 갈 때나 집에서도 닭 모이를 떠올린다. 과일 껍질과 채소 푸성귀는 따로 모은다. 채소 가게라도 들릴 때면 은근히 목고개를 이리저리 돌린다. 미처 챙기지 못할 때는 길가 잡초 중에서 연한 윗부분을 골라 뜯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대문을 열고 닭장부터 살핀다. 모두 무사하다. 모이는 남아 있으나 물은 흔적도 없다. 바닥이 아예 말랐다. 자연 현상으로 증발한 것인지 닭들이 모두 먹었는지 확인을 할 수 없다. 모이 통은 지금 쓰고 있는 것을 활용하면 될 것이나 물통은 다른 도구를 마련해야 할 것 같다. '꿩도 먹고 알도 먹는' 그날이 언제가 될는지 기다린다.

아무리 작은 짐승일지라도 최소한의 생존 환경은 만들어 주어야 할 것 아닌가? 여건이 되지 않으면 키우지 말아야 한다. 비단 동물만이 아니다.


사람은 작은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다. 그 변화에 순조롭게 적응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이가 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각자의 입장에서 기다려 주는 느긋함이 필요하다. 느림과 빠름의 정도 차이가 있을 뿐이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시간의 차이다. 다 함께 할 수 있는 기다림을 가져보자. 각자의 능력을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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