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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이오]

by 우영이

우리말이 어렵다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사용해 온 터인데도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드물다. 어쩌면 익숙해져 대강의 의미를 알기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한국어를 전공한 사람조차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사회 구조의 변화와 함께 다문화 가정을 많이 접하게 된다. 그들의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상급 학교로 진학하는 가운데 우리말이 서툰 학생들이 생긴다. 나름 적응을 잘한 아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일상생활과 학업에 지장을 갖는다. 각급 학교에서 다문화 학생을 위해 한글 교육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진단 평가를 거쳐 일정한 점수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예산을 지원받아 한국어 교사에게 지도를 받는다. 개인차는 크다. 예전에 현장에서 경험한 내용을 살펴보면 태어난 국가의 언어는 일정한 수준으로 이해하고 표현하였다. 그런데 한국어는 평소 듣고 말하는 정도와 읽고 쓰는 부분에 어려움을 겪는다.

다문화 학생을 위한 지도교사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 서류를 냈다. 한국어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학생 지도를 해 본 적은 없다. 지금까지의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어 지도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채용 학교에 서류를 제출하고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소식이 없다. 한국어 교사 지도 경력이 없었으나 면접 기회는 올 것으로 나름 고대를 하였으나 그 기대가 사라졌다. 일 차 발표일 내내 휴대폰을 손에 쥐고 지낸다. 정해진 시간이 지났는데도 끝내 반가운 소식은 없다.

실망감에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퇴직을 하고 몇 개월 간 쉬면서 텃밭 가꾸는 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작물이 자라고 종류별로 다양한 성장 변화를 지켜보면서 깨닫는다. 현장에서 가르치면서 겪은 일들을 떠올려 본다. 사람이나 식물도 보살핌에 따라 변화 정도가 다르다. 기다림과 조력자의 흔적이 보인다. 지난 학기부터 강사로 근무하게 되었다. 이전 학교에서 겪은 일들과 비교가 되기도 한다. 수업받는 학생들이 귀엽다. 수업만 하고 업무를 따로 맡지 않으니 부담이 없다. 한국어 수업 몇 시간을 더 하더라도 체력에는 문제 되지 않을 것 같다.

한국어 교사로 수업을 맡지 않을까 하는 나의 생각과 달리 다른 사람이 선정되었다. 채용되지 못한 것에 처음에는 수용이 되지 않았다. 인근 학교에서 한국어를 지도하는 교사가 이 학교까지 수업을 하게 된 모양이다. 한국어 지도 경험이 있기에 다문화 학생 지도가 원만하게 이루어지리라 생각되어 선택되었으리라. 한 울타리에 근무하는 이를 제외시키고 다른 사람을 채용했다는 사실이 불편함을 준다. 필요한 사람이 채용되는 것은 관리자와 담당자의 권한이다. 단지 결정 후에라도 간단한 설명 정도라도 있었다면 덜 섭섭한 마음일 테다.

같은 공간 한 사무실에서 서로 얼굴을 보는 게 스스로에게 자연스럽지 못하다. 어쩌면 상대방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만의 생각인지 모른다. 다른 사람으로 채용 결정이 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사람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마음은 알 수 없다’ 했던가. 자신의 능력과 처지는 생각지 않고 채용되지 못한 그 자체를 원망하고 있는 듯하다.


욕심이 끝이 없다. 현재의 위치에서 스스로 만족하고 역량을 키우며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준비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다 내 탓이리라. 단지 이번에는 기회가 닿지 않았을 뿐이다. 꾸준히 능력을 쌓아 나가자. 내일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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