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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설렘]

by 우영이

아침 식탁 물린 뒤 차 한잔의 시간에 강의 나가는 옆 학교의 관리자 전화다. 재학생 대상 이틀간의 특강을 부탁하는 내용으로 일정표 확인에 이어 승낙한다. 학년말 진급을 앞두고 있기에 다룰 수 있는 내용은 학교생활 전반이다.


통화가 끝나고 생각에 잠겼다. 내가 필요한 곳이 있어 불러주는 것에 감사하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난다는 일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어떤 이야기로 공감을 끌어낼까. 지금까지 학교생활에서 느낀 것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가져야 할 꿈을 담기로 다짐해 본다.


시각적 효과와 미디어에 익숙할 세대에 맞추어 PPT 자료를 모은다. 기존 형식에다 사진을 추가하고 모양을 다듬는데 이런 자신이 사랑스럽다. 발표 자료를 만들면서 수요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생각하는 자체가 와닿지 않는다. 나와 처음 대하는 학생들의 눈망울이 떠오른다. 어쩌면 점심시간 급식실로 가고 올 때 얼굴을 마주한 이들도 있으리라. 그냥 지나치던 사람이 교실에서 마주하게 되는 셈이다.


평소에 따로 마음에 두지 않던 일들이었는데 노트북 앞으로 궁둥이를 붙이게 만든다. 다른 사람을 위해 강단에 서는 일은 낯설지 않지만, 유익한 시간이었고 다시 만나고 싶다는 기억으로 다가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강의 주제를 떠올린다. 별도로 주어진 것은 없다. 한정된 내용을 넘어 두루 활용할 수 있는 편이 좋을듯하다. 학생 때뿐만 아니라 평생 쓰임새 있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네 영역이 표현과 이해라는 큰 틀에서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일상이 되면 이상적이다. 몇 년 전 읽기가 교육과정에 별도로 들어왔다. 어쩌면 세태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학교급별로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선택적인 읽기가 필수적인 수업 시간으로 들어앉았다. 독서의 현실이 오죽했으면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독서와 표현으로 접근한다.


독서가 학생들만의 일은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 년에 몇 권의 책을 읽는지 살펴봤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여 읽는 수는 절반에 못 미칠 정도로 적다. 특히,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독서를 멀리하는 형편이다. 단지 입시가 그나마 독서의 자리를 차지한다. 읽기는 다른 영역의 기본이다. 말하기나 쓰기를 위한 자료가 여기에 있다. 표현은 반복으로 성장할 수 있다. 결국 생각하고 소통하는 창의적 쓰기와 말하기는 정보전달과 설득으로 연결된다.


강의 날짜가 다가올수록 설렘이 부담으로 와닿는다. 성인 대상은 오히려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한 시간이라는 제한된 일정에 나의 온 정신을 쏟아부어야 한다. 사람의 일 어느 것 하나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작은 일이라도 부족하거나 후회가 남지 않으면 된다. 여유는 그냥 생기지 않는다. 사전 준비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근육이 붙어 있어야 몸이 지탱하듯 정보가 쌓여 지혜로 이어질 수 있다. 꿈을 향한 미래를 도전하는 학생들에게 과거를 바탕으로 오늘을 만들어 가는 자기 능력을 펼쳐 나갈 수 있게 조력자로서 힘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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