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여행 보다 중요한 것(엄마의 반성문)

by 바다엄마

오늘 남편과 스타필드에 다녀왔다. 임신하고 남편과 처음 하는 나들이였다. 멀리 가진 않았지만 어쨌든 태교여행이라 생각하고 들뜬 마음으로 스타필드 갈 날을 기다렸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선 갈 수 없는 H&M에 가서 바다 태어나면 입히고팠던 바디수트도 사고, 무인양품도 들르고, 트레이더스 구경도 가자고 계획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라면, 우동, 돈까스 세 메뉴 뿌시고 후식으로 호두과자, 치킨팝 하나씩 기분 좋게 클리어하고 스타필드에 도착했다.

맨 처음 들른 H&M에서 예쁜 신생아 바디수트를 구매하고 무인양품에 들러서 구경하는데, 남편이 피곤한지 하품을 쩍쩍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라에서는 나는 다른 곳 구경하고 있겠다고 했고, 다음으로 잠시 앉아서 쉬는 공간에선 내 옆이 아니라 멀찍이 떨어져서 서로 핸드폰만. 트레이더스 가는 길에도 나란히 걷는 게 아니라 계속 나를 앞서 걸어갔다. 내가 뒤따라 오는지 보지도 않고 혼자 저벅저벅. 이게 태교여행인가? 이게 같이하는 나들이야? 그냥 카풀만 하고 온 거 아니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혼자 하는 여행이네. 생각이 어느 순간 들자 즐겁지가 않았다. 그 기분으로 더 이상 돌아다니고 싶지 않아서 남편한테 집에 가자고 했다. 도시(?)에 온 김에 아기용품 상설매장에 들러 유모차와 카시트, 아기띠도 구경하자고 계획했는데, 도저히 남편과 함께 구경할 기분이 아니었다.

결국 (남편이) 두 시간 운전하고 온 스타필드에서 두 시간 구경하고 또 바로 (남편이) 두 시간 운전해 집에 왔다. 집에 가는 길 내내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출발할 땐 ‘처음이자 마지막일 단 둘만의 나들이인데, 좀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안 되나?’, ’ 내 옷 사러 온 것도 아니고 아기 옷 보러 온 건데. 너무 관심 없는 거 아냐?‘ 하는 순도 100%의 화남이, 집에 돌아올 즈음엔 ’ 일주일 내내 일하고 쉬는 날인데 임신한 아내 기분전환 시켜주겠다고 운전했으니 피곤했겠지.‘ ‘그냥 기분 좋게 ’왜 먼저 가~ 같이 가~‘하고 말했으면 됐을 텐데.’라는 생각에 순도 100%의 미안함이,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한 순간엔 ‘기껏 운전해서 나들이 갔는데 혼자 꿍해서 집에 가자고 했으니 나라도 내가 밉겠다.’ 하는 순도 100%의 후회가 밀려왔다.

그리고 우리는 집에 도착해 각자 방으로 들어가서 한동안 말없이 있었다.

남편은 그 시간 동안 무얼 했는지 모르겠지만, 난 울었다. 스타필드에서 사 온 바디수트를 보면서 울었고, 뱃속에서 꾸물거리는 바다를 느끼며 또 울었다. 뭘 잘했다고..

화장대 의자에 앉아 조용히 눈물 흘리고 있을 때 남편이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 어쩌면 남편은 기분이 상해서 어쩌면 오늘 늦게, 아니면 아예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적 없음)

30분 남짓한 시간이 흘러 남편이 다시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남편이 나에게 한 말.

“밥 먹자.“

속 좁은 임산부가 집에서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을 때 남편은 밖에 나가 저녁으로 먹을 햄버거를 포장해 온 거었다.

고마움과 미안함에 나는 또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눈물 젖은 트위스터를 먹으며 남편에게 사과했다. 남편은 화 같은 거 난 적 없다고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KFC를 먹으면서 다시 사이좋은 부부가 되었다.

우리의 태교여행은 반나절만에 끝나버렸지만, 태교여행보다 중요한 건 바다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바다의 엄마 아빠가 될 우리 부부가 서로를 좀 더 존중하고,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하루였다. 물론 제일 노력해야 하는 건 나지만.

바다야, 엄마 아빠는 이제 둘이 아닌 바다랑 함께 할 나들이를 기대하면서 더욱더 사이좋게 바다를 기다릴게. 가끔 아빠가 엄마를 서운하게 할 때도 있지만, 아빠는 엄마를 제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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