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을 보라.
평지 위 올라온 둥근 흙덩이, 포대기에 싸여 있는 아이.
이를 가리켜 '존재(Being)'라고 한다.
존재는 모든 것의 근원이다. 인간을 비롯해 자연, 문명, 우주 모두 존재를 전제로 한다. 존재는 스스로를 보존하지 않으면 곧 비존재가 된다. 따라서 모든 실체는 본질적으로 자신을 유지하려고 한다.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하위 메커니즘에는 '생존(Survival)'이 있다.
생존은 인류가 전쟁 뒤 다국적 군사 보장을 반복하는 역사적 사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류는 전쟁이 끝난 뒤마다 다국적 군사력을 주둔시켜 안정과 재침략 방지를 반복하는 본능적인 속성을 나타낸다. 또다시 전쟁이라는 고통이 반복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한 국가가 너무 강하면 다른 국가들이 연합해 균형을 맞추려는 의지도 있다. ‘전쟁의 파괴’라는 집단적 기억 역시 질서 유지라는 욕구를 갖게 한다.
이같이 두려움과 권력 균형, 질서 욕구는 결국 '생존 본능'에서 나온다. 다시 말해 인류가 전후 다국적 군사 보장을 반복하는 이유는 ‘생존하기 위해서’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는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전후 군사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됐다고 밝힌 것에서 볼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이 계획은 파리에서 열린 ‘의지 있는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 정상회의에서 발표됐는데, 정상회의는 주로 유럽 국가들로 구성된 35개국 정상들의 회의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과도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안심군(reassurance force)’ 병력을 파견하거나, 해당지역에서 주둔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육상과 해상, 공중에서 전후 안보 보장(security guarantees)을 제공하는 것이다. 병력은 최전선에 배치되지는 않지만 새로운 대규모 침략을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후 다국적 군사 보장'이라는 형태는 십자군이 예루살렘을 점령한 뒤 유럽의 각국 기사단이 상시 주둔군으로 역할을 한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단순 정복이 아니라 '전쟁 뒤 안정 유지'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 백년전쟁 이후엔 잉글랜드군이 철수했지만, 프랑스 내 여러 영토에는 다국적 용병군이 한동안 남아 질서 유지를 했다.
전후 다국적 군사 보장은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에서 제도화됐다. 전쟁 후 합스부르크와 프랑스, 스웨덴 등 열강이 독일 지역의 질서를 공동안보 체제로 보장한 것으로, 근대적 의미의 다국적 군사 보장이다. 이때부터는 조약과 국제법적 합의에 의해 제도화된 다국적 보장 체제가 등장한다. 오늘날 NATO나 마크롱 대통령의 구상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선례이다.
나폴레옹이 몰락한 뒤엔 영국과 러시아,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등 유럽 열강이 4국 동맹을 맺고 프랑스의 재부흥을 막고 유럽 질서를 안정시키려 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엔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이 창설되며 회원국들의 공동 군사·외교적 억지가 구상됐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과 일본은 연합국에 의해 분할 점령됐다. 한반도에서도 6·25 전쟁 이후 유엔군이 한국에 주둔하며, 특히 미군은 현재까지도 계속 주둔하면서 전쟁 억지력을 담당하고 있다.
생명은 존재를 이어가려 하고, 인간은 존재 유지 수단으로 생존을 택하고 있다. 인간은 전쟁과 경제, 과학혁명, 예술, 종교 등의 생존 방법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장하고 있다.
따라서 존재하려면 일어나야 한다.
나는 존재한다, 나는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