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엄마랑 탄천을 걸으며 올려다본 하늘이 맑고, 날씨도 따뜻해서 겉옷을 벗어 허리에 묶고 다녔어. 민이도 햇살을 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미세먼지가 '나쁨'이었네ㅜㅜ
자전거를 타고 본 세상은 어땠니? 미세먼지 속에서도 봄기운이 느껴지지는 않았는지,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눈빛에서 휴일의 여유가 느껴지지는 않았는지, 먹이를 찾아 물 위를 날아가는 새들은 보았을까? 튼튼한 다리로 페달을 빠르게 돌렸을 아들에게는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천천히 걸어야 볼 수 있는 모습들이었을 것 같아.
그런데 자전거를 타고 달려야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있잖아. '쉬~익' 바람 소리. 아빠는 그 바람소리가 참 좋더라. 스윽 스쳐가는 풍경들도 새롭고 말이야.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는 시구처럼,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 제목처럼 삶의 속도에는 완급이 필요한 것 같아. 아빠도 여전히 완급을 조절하는 연습이 필요하구나. 민이에게 편지를 쓰는 이 시간은 '안단테'인 것 같아. 하루 쉬고 출근하는 아침에는 '알레그로'가 되어야 될 것 같고. 하루 더 안단테로 쉬었으면 좋겠다는 아빠의 생각은 욕심이지? ^^
오늘 저녁, 아빠와 작년 한 해 동안 매일 감사 카톡을 주고받았던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어. 사춘기 아들로 인해 많이 힘들어했던 후배였기에 아빠가 매일 감사한 것들을 찾아서 기록해보자고 제안했었지. 그런데 올해 중 3이 된 아들이 달라졌다는 거야. 방에서 게임만 하던 아들이 해양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배를 타고 싶다고 하고, 방문도 열어주고, 밥 먹으러 거실로 나왔다는 거야. 말을 건네면 짧지만 답변도 하고 말이야. 달라진 아들의 모습이 긍정적인 변화 맞냐고 고양된 목소리로 아빠에게 묻더라. 그래서 아빠는 큰 목소리로 "그럼"이라고 말했지. 작년 한 해동안 아빠 후배는 매일 감사거리를 찾으며 묵묵히 따뜻한 시선으로 아들을 바라보려고 정말 애썼거든. 지난 1년의 시간을 후배는 안단테, 안단테로 마음을 지휘했던 것 같아.
민이와 함께 한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니 안단테로 걷고 있던 민이를 아빠가 알레그로로 걸으라고 다그쳤던 적이 많았네ㅠㅠ. 미안해.
이제는 아들의 빠르기 변화를 안단테로 지켜보는 아빠가 되고 싶다.
민아. 내일은 학교를 가네. 배우지 않은 내용인데 알아서 공부해야 해서 난감하겠다. 아빠가 어떻게 도와줄 수는 없고. 다만 지혜 주시길, 만남의 축복을 주시길 기도할게. 그리고 민이에게 어울릴 만한 청바지를 찾아봐야겠다. 봄이잖아. 민이의 스무 살도 봄이고, 아빠의 말하고 싶지 않은 나이에도 봄은 여지없이 찾아왔다.
"봄봄봄봄 봄이 왔어요~" 로이 킴 노래가 생각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