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씹어 밥을 먹고....
민아! 오늘은 실험 교수님이 확진이셔서 아침부터 계속 온라인 수업이었겠구나. 집에만 있기 답답했을 것 같았는데. 나가서 운동하고 온다니 좋네^^.
네가 운동복 바지로 갈아입고 목이 긴 양말을 신고 인라인 타러 나가려고 준비하는 걸 보니 아빠도 함께 나가고 싶은 마음이 살짝 들었다. 그런데 아빠 컨디션이 살짝 저조하기도 하고, 짝꿍인 엄마도 잠들어서 혼자 걷기 쓸쓸할 것 같기도 해서 집을 지키고 있다. 아빠 핑계 잘 대지?ㅋㅋ
동생 현이는 독서실에 가서 더욱 조용해진 집. 노트북을 켜고 싱어게인 2 우승자, 허스키 보이스 김기태의 '제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노래를 들었다. 진한 감정의 파고가 왔다 갔다. 허기진 마음에 달달한 콘프레이크도 한 사발 먹었다. 그래서일까 몸도 개운해진 것 같다. 작년 이맘때 아빠는 식단과 운동 관련 앱, 'noom'을 깔고 매일 식단을 기록하며 음식을 조절했어. 운동을 규칙적으로 같이 하니 3개월 만에 6kg을 감량했었지. 그런데 지난겨울, 식사량이 늘어나고, 운동을 게을리하니까 점점 살이 찌네. 속도 더부룩하고 말이야. 다시 운동해야겠다. 꼭꼭 씹어 밥을 먹고.
일단 구체적인 식단과 운동 계획을 세워서 실천하려고 해
하루에 팔 굽혀 펴기 총 100세트 / 윗몸일으키기 총 100세트 / 힙업 운동 30세트 / 덤벨로 가슴, 어깨, 팔 운동 각각 30세트씩 / 스쿼트 50세트 / 그리고 식사는 저녁식사는 가능하면 6시 이전에, 저녁 식사량은 지금의 절반으로, 학교급식도 2/3으로 / 탕비실 간식, 컵라면은 2주에 한 번 이하로 먹기 / 학교에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일단 이렇게 시작! 너무 과한가?
우리 겨울방학 때 함께 헬스장 다니자고 했는데, 코로나 상황이 심해지면서 실천을 못했네. 아직 인라인 타고 있니? 운동되겠다. 수능을 준비하며 확찐자가 된 아들. 아빠가 대학 가면 빠질 거라고 했는데. 이제 대학 생활한 지 딱 일주일이 되었네. 학교까지 왕복 3시간이 넘게 걸리니 빠질 거야. 꼭꼭 씹어 밥을 지금보다 조금만 천천히 먹고, 야식을 줄이면 더 많이 빠질 거야. 그러면 전에 산 옷들도 맞을 거야.
콘프레이크가 뱃속에서 불어났나 봐. 배가 더부룩하다ㅜㅜ. 절반만 먹었어야 했는데...
방금 아빠는 팔 굽혀 펴기 60번 하고, 다이소에서 산 탄력밴드로 어깨와 등 운동하고, 스트레칭도 했어. 더부룩했던 게 조금 나아진 것 같다. 학교에서도 틈틈이 까치발을 들었다 내렸다 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그래야겠다.
예수님은 운동을 어떻게 하셨을까? 예루살렘으로, 사마리아로, 갈릴리 호숫가로, 요단강으로.... 제자들과 참 많이 다니셨으니까 저절로 운동이 되셨을 것 같지 않니? 지금처럼 음식이 흔하지 않았을 거고, 음식이라야 누룩이 들어가지 않은 빵, 보리떡과 물고기, 물과 포도주, 무화과 열매. 이 정도 아니셨을까? 그에 비해 오늘 아빠가 먹은 음식은.. 이스트로 발효된 흑설탕이 들어간 빵, 믹스커피, 캡슐커피, 코코아, 컵라면, 초콜릿 과자, 웨하스, 시래깃국, 동그랑땡, 돈가스, 볶음밥, 콩나물 홍합탕, 양념 불고기.... 정말 먹은 게 많다. 꼭꼭 씹어서 먹기라도 했어야 하는데. 내일 아침부터는 꼭꼭 씹어 밥을 먹어야겠다. 천천히 무슨 맛인지 음미하며 말이야.
아들, 인라인 타고 와서 샤워하는구나. 개운하겠다.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일상 속에서라도 틈틈이 운동하자. 현이에게 수학 문제를 가르쳐주는 민이의 목소리가 안방까지 들리는구나. 고마워. 현이는 좋겠다. 민이 같은 형이 있어서.
아들, 사랑해!
내일 아침 일찍 투표하러 가자꾸나. 투나잇, 굿 나이트... 그런데 아빠 머리에 방금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투나잇'이란 노래가 지나가는구나ㅋㅋ. 나중에 민이가 미국으로 공부하러 가면, 브로드웨이도 들려 보길. 그런 날이 올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