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아들, 이제 성인이다.
민아, 이제 23시가 다 되어간다. 언제 올라나?
엄마는 기다리다가 먼저 잠이 드셨어. 친구들과 저녁 맛있게 먹었니? 대안학교의 특성상 민이의 고등학교 친구들은 엄마, 아빠가 다 알잖아. 어떤 친구 집에 놀러 가도 안심이 되는 환경이었지. 이제 민이 친구들을 전처럼 알지는 못하겠다. 그게 자연스러운 과정일 텐데... 민이가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은 어떤 친구들인지 궁금하네.
작년 1월, 고 3이 된 민이는 19살이 되었다고 했지. 수능이 끝나고 네가 생일을 맞이한 12월에는 만 18세라고 했고. 2022년, 새해가 되면서 20세. 스무 살이라고 했고 말이야. 그런데 연 9% 금리효과가 있다는 청년희망적금은 만 19세부터네. 성인의 기준이 어떤 때는 만 18세, 경우에 따라서는 만 19세여서 아빠는 헛갈리더라. 당사자인 우리 아들도 성인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18,19,20... 이렇게 다양한 나이를 우리 아들이 살아가고 있네.
내일모레가 선거일. 만 18세인 민이가 아빠와 함께 투표를 하네. 그러니 이제 민이는 성인이 된 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우리 아들, 민이는 이제 성인이다. 와우!"
민아, 오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주어 고마워. 강의 후에 친구들과 함께 간 술집. 기독교 대안학교를 졸업한 민이에게는 낯선 풍경이었겠다. 술을 안 먹고 술집에 있는 게 무척 어색하고 힘들었을 텐데. 마음의 중심을 지키려고 애쓴 민이. 짱이다!!!
일상생활 선교사를 꿈꾸며 입학한 대학. 이제 정말 세상에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세상과 구별된 크리스천, 세상을 바꾸는 그리스도의 군사로 살아간다는 건 힘들지만 참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민이에게 만남의 축복을 주셨듯이 대학교에서도 만남의 축복을 주시고, 마음의 중심을 지키도록 도와주실 거야. 아빠도 믿음으로 함께 기도할게.
동생 현이는 오늘 하루 종일 온라인 수업에 과제하느라 많이 힘들어 보이는구나. 아빠는 아이러니하게도 아빠의 이름과 같은 '지수와 로그'를 배울 때부터 수학에 손을 내려놓은 터라 현이에게 고 2 수학을 가르쳐줄 수가 없구나. 수학 7등급에서 1등급으로 급상승시킨 민이가 동생 현이의 수학을 가르쳐주면 어떨까? 이미 가르쳐 주고 있다. 그렇지? 누굴 가르치는 건 쉽지 않지만 보람 있는 일인 것 같아. 민이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건 어떠니? 적성에 맞는 것 같아? 현이가 모르는 것 가르쳐 달라고 할 때 잘 가르쳐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해.^^
엄마가 어제 요리하다가 손가락이 데었어. 병원을 가봤으면 했는데 그냥 학교 보건실에서 간단한 처치를 받고 오셨네. 피부가 부풀어 올라 물집이 생겼던데. 속히 깨끗이 회복되길 함께 기도하자.
민아, 오늘 민이의 "다녀왔습니다" 인사에 아빠가 방에서 나오니 민이가 양팔로 안아줘서 기분 좋았다. 고마워.^^ 민이가 독립을 하면 지금처럼 매일 보지 못하겠지만 그때도 우리 서로 만나면 안아주자. 아빠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아빠를 안아 준 게 기억이 나지 않는단다. 아빠가 어릴 때 돌아가셨잖아. 돌아가시기 전에는 한참을 병원에 입원에 계셨고 말이야. 먼 훗날의 이야기겠지만 아빠가 이 땅에 없을 때, 민이에게 아빠의 체온이 따뜻하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민아, 아빠는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하나님, 감사합니다. 새 아침 허락하시니 감사해요. 기뻐요" 이렇게 이야기하고 하루를 시작하고, 출근 전에 짧게라도 큐티를 하려고 노력 중이야. 아빠도 '코람데오' spirit으로 살아가고 싶구나. 아빠가 그렇지 못할 때는 얘기해줘. 다시 시작할게.
편지를 쓴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아빠에게 작지만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 같다. 감동과 감사가 더 생겼다고나 할까? 대학생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요즘 강민이는 어떤 감정을 느끼며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우리 그런 이야기들은 가정예배 때 나눠보자.
앗, 새벽 1시가 되어간다. 이제 아빠는 자야겠다.
18,19,20세를 살아가는 멋진 우리 아들, 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