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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네 모습 그대로 존중하고 사랑해!

아들, 물리가 재밌니?

by gentle rain

아들아, 어제 너를 네 이름의 첫 글자의 영어 이니셜인 K.로 불렀는데 오늘 다시 부르려니 영 어색하네. 오늘은 네 이름의 마지막 글자인 '민'으로 불러볼게. '민'이 좀 덜 어색할 것 같은데. 너는 어때?^^


민아, 오늘은 일반물리가 오전에 있고, 오후에는 일반물리실험이 있었는데, 실험인 오후 강의도 온라인으로 바뀌었다고 했지? 하루 종일 집에 있었네. 괜찮았니? 아빠가 퇴근하고 "아빠 왔다. 잘 있었니?" 인사하며 방문을 여니 아들은 무선 이어폰을 끼고 진지하게 강의를 듣고 있는 것 같더구나. 정말 대학생이 되었구나.


아들, 물리가 재밌니?

아빠는 고등학생일 때 물리 선생님을 '물포'라고 불렀어. '물리 포기'를 줄여서 말이야. 여러 친구들도 그렇게 불렀지. 왜 그랬을까ㅜㅜ 대학에 가서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더구나. 아빠는 일반 물리는 C를, 전공필수였던 목재 물리는 D를 받았어. 자칫하면 졸업을 못할 뻔했지. 그런 아빤데 아들은 탐구과목으로 물리를 선택하고 대학에서도 물리를 배우는구나. 공대생에게 물리는 필수일 텐데. 아빠는 공대 갔으면 졸업이나 했을지 모르겠다. 휴~


오늘은 동생 학교의 개강 수련회 두 번째 날, 오늘은 '성장 마인드 셋'에 대한 강의가 있었단다. 강의의 예화 중 이런 내용이 있었어. 유대인 랍비 즈샤란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하나님이 "너는 왜 롤모델이 되는 모세같이 살지 않았니?"라고 물으시면 두렵지 않다는 거야. 왜냐하면 자신은 모세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거지. 그런데 하나님이 "너는 왜 즈샤처럼 살지 않았니?"라고 물으시면 두렵다는 거야. 왜냐하면 하나님은 즈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잠재력을 주셨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도구까지 주셨기 때문이라는 거야.

이스라엘 민족은 탁월성을 '모두(each and every)에게 주어진 나의 고유한 잠재력을 발휘하려는 의지와 그 의지를 기꺼이 실현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는 거야. 다시 말해서 탁월성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고 삶의 방식과 태도를 말한다는 거지. 민이도 아빠도 정말 많이 들었던 내용이잖아. 과 정 주 의...


아빠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두 아들이 생각났다. 민이는 민이처럼 살고, 동생 현이는 현이처럼 살면 되는 거지. 하나님께서는 너와 현, 각각에게 다른 잠재력과 그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는 도구를 주셨잖아. 두 아들 모두가 각각 자신의 고유한 잠재력을 발휘하면서 사는 성장형 마인드셋을 갖기를 소망하게 되더라. 그런데 말이야. 민아, 아빠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더라고. 큰일이 없으면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직장에 안주하기보다는 아빠에게 주신 잠재력을 꽃피우려는 의지를 갖고 실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 아빠가 너 어릴 때 동화책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잖아. 동화책 작가가 아니어도 지속적으로 글을 쓰며 성장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 과연 아빠가 쓰는 이 글들이 책으로 나올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말이야. 그래도 도전하고 싶어.


오늘 아빠에게 동료 선생님이 고 3 딸 때문에 너무 힘들다며 즉석에서 상담을 요청하셨어. 이야기를 한참 들으면서 예전 아빠의 모습을 보는 듯했어. 동료 선생님은 자신도 모르게 지속적으로 자녀에게 부정적인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 같았어. 오늘 강의에 빗대자면 자녀를 '성장형 마인드셋'이 아니라 '고정형 마인드셋'으로 바라본 거지. 아빠는 먼저 동료 선생님에게 예전에 너를 대했던 아빠의 잘못된 방식의 말과 행동들을 고백했어. 그리고 오늘 강의와 맞닿아 있는 이야기를 했어. doing이 아니라 being으로 자녀를 바라보면 좋겠다고 말이야. 힘든 일이지만 자녀에게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고, 자녀의 성장을 믿고 기다려주면 좋겠다고 말했어.


민아. 잘 자고 내일 아침에 보자.

아빠는 네 모습 그대로 존중하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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