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증법적 행동치료
현아.
아빠야.
늦은 시간에 독서실에서 수학 문제를 풀고 있겠네. 조금씩 수학이 재밌어진다고 말하며 미소를 보인 우리 아들이 독서실에서 안 오네. 형아는 대학생이 되어 자유로워 보이는데, 고 2가 된 우리 현이는 공부할 게 참 많아졌네. 오래 앉아 있으면 척추측만으로 여기저기 아픈 현이가 안쓰럽기도 하지만 대단하다 싶다. 성실 근면한 우리 막내, 현이.
'아빠 손 잡은 아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그림이 거실 스위치 위에 붙어 있다. 현이가 아주 어릴 때 그린 그림인데. 현이는 언제 그렸는지 기억나니? 아빠는 잘 모르겠네. 여하튼 아들과 아빠는 웃는 얼굴이네. 현이의 어린 시절이 그렇게 기쁘게 기억되면 좋겠다.
아빠를 꼭 안아주는 아들, 밥 먹은 식탁을 정리하는 아들, 아빠 물 컵에 물을 따라주는 아들, 공부할 때 방에 함께 있어달라는 아들, 안방에서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같이 자고 싶어 하는 아들... 사랑 많은 우리 아들이 아직도 안 오네.
아들! 자정이 넘었다. 이제 자야지. 얼른 와라.
현아, 아빠 핸드폰 배경화면에는 누르기만 하면 현이가 노래하고, 춤추고, 말씀을 암송하는 어릴 적 모습이 담긴 동영상 탭이 있어. 영상 속에서 웃고 있는 현이를 보면 아빠도 저절로 웃게 되더라. 변증법적 행동치료의 한 기법처럼 말이야. 우울했던 마음이 금세 긍정적 정서로 전환되는 마법 같은 현이의 미소. 파이팅해야겠다는 생각이 종종 드는 요즘, 아빠는 종종 배경화면의 그 탭을 누른단다. 그러면 곧 현이가 나오지^^
현아
아빠는 우리 아들, 현이가 참 좋다.
방금 독서실에서 돌아온 아들. 피곤할 텐데. 어서 자야지. 아빠가 글을 마치기 전에 코~자면 좋겠다. 내일이 목요일, 모레는 금요일. 그리고 토요일이다! 토요일에는 실컷 자는 건 어때? 고 2가 되니 학업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것 같구나. 스포츠와 관련된 진로를 택하고 싶다는 우리 아들.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우리 아들. 어떤 진로를 선택하든 아빠는 늘 현이 편이야. 현이를 응원한다.
아빠는 슬슬 졸리네.
먼저 잘게. 못다 쓴 편지는 내일마저 쓰려고.
내일 만나. 아니 좀 있다가 보자.
사랑해.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