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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둔 투명한 통을 치워라!

뷰맛카페에서

by gentle rain

아들, 비 좋아하니?

아빠는 비를 사랑한다.^^ 엄마는 햇빛 쨍쨍한 날을 좋아하고 말이야.

아빠는 예전에는 맑은 날보다 비 오는 날을 훨~씬 많이 좋아했는데 엄마의 영향을 받아 햇빛 찬란한 날도 좋아졌어. 그래도 비 오는 날을 좀 더 사랑하지.

아빠는 비가 오면 밖에 나가고 싶은데, 엄마는 비 오는 날 나가기를 싫어해. 비 오는 날 엄마랑 데이트하는 게 싶지 않았지. 그런데 오늘은 나가자는 아빠의 말에 엄마가 기꺼이 따라 나왔어. 몇 군데 아빠가 골라 놓은 장소를 엄마에게 말했지.

첫 번째, 스페인 작가인 요시고 전시회가 열리는 '그라운드 서촌',

두 번째, 피톤치드 가득한 '용인 자연휴양림',

세 번째, 창 밖 풍경이 아름답다는 '판교 카페 랄로'

엄마는 무얼 선택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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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선택은 세 번째. 뷰맛카페인 '판교 카페 랄로' 였어. 첫 번째 장소는 서울까지 차가 막히고 복잡해서 싫고, 두 번째는 장소는 비 오는데 걷기가 싫고.

엄마가 선택한 장소로 출발! 30분을 운전해서 도착한 그곳은 낯선 산 모퉁이 호수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있더라. 엄마와 아빠는 삼면이 통유리창으로 되어 있는 루프탑으로 올라갔어. 창 밖으로 보이는 호수와 눈 내린 산이 한눈에 들어왔지. 아름답더라.

외부 계단을 이용해야 1층으로 내려가 주문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보아 루프탑은 나중에 증축한 것 같더라. 아메리카노와 빵을 주문했지. 커피에 빗물이 들어갈까 봐 컵 위에 손을 얹고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랐지. 오랜만에 느껴보는 스릴이랄까? 기분이 좋았어.

커피 한 모금 마시고 생크림이 들어간 소보르 한 입 먹고, 커피 한 모금 마시고 잘 구워진 번을 한 입 먹고. 달콤하더라. 어제 내린 눈이 오늘 내리는 비에 녹아 미끄러워진 도로를 조심해서 운전해 찾아온 보람이 있었다. 엄마와 창 밖 풍경을 배경으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어. 엄마는 아빠의 사진도 찍어주고. 강민이도 나중에 이곳에 여자 친구랑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엄마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어. 정년퇴직을 10년 앞둔 아빠가 꿈꾸는 정년 후의 삶은 무엇인지, 연로하신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 재정관리에 대해서도 나누었어.

민아, 벼룩을 투명한 통속에 가두면 나중에 그 통을 치워버려도 딱 그 높이만큼만 뛰어오른다고 하잖아? 엄마와 얘기하면서 아빠의 삶을 되돌아보니 아빠가 그 통 안에서 살아온 건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성장을 스스로 멈춰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익숙한 방식의 길을 고집하고,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은 많은 생각과 배움들. 이제는 그 투명한 통을 치우고 더 높게 뛰어오르고 싶구나. 타인이 아닌 과거의 나 자신보다 성장하고 싶다. 관계적인 측면에서도, 영적인 측면에서도,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자기 관리 측면에서도 아빠는 성장하고 싶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로 말이야.

성장하고 싶은 아빠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지지해준 엄마에게 고마웠어.


아들에게 세상이, 때론 아들 자신이 일정한 높이의 통으로 스스로를 가두려고 할 때, 그 통을 치우고 높이 뛰어 날아오르면 좋겠다. "통일 공대, 전진 기공" 단합과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아들의 기계공학과 구호처럼 힘차게 말이야. 성장하려면 실천이 필수인 것 같다. 아빠도 스스로에게 외친다. "실천 아빠, 성장 아빠"

아들의 푸르른 날들을 응원한다. 아빠의 성장도 응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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