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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자고!

각자의 속도에 맞게

by gentle rain

민아,

내일이 금요일이어서 오늘 밤이 여유롭게 느껴진다. 덕분에 네게 편지를 쓰네.

어제 아빠가 헬스장에 가자고 네게 말했을 때, 아빠 먼저 가라고 한 네 얘기를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빠가 혼자 정한 시각에 가자고 했구나. 밥 먹고 바로 운동하는 건 트레이너도 좋지 않다고 했는데 아빠가 밥 먹고 바로 가자고 했구나. 아빠도 저녁을 먹고 책상에 앉으니 졸음이 오더라. 잠자는 민이를 한 번만 깨워보고 일어나지 않으면 아빠 혼자 헬스장에 가면 좋았을 텐데.


어제는 학교에서 일이 많았고 머리가 복잡했어. 차분히 정리할 시간을 갖고 싶었지. 그런데 저녁식사시간이 되었고 서둘러 집에 왔어. 식사 후 바로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며 머리를 식히고 싶었어. 아빠 혼자 갔으면 좋았을 텐데, 아빠가 두 번째 OT에서 제대로 배운 것 같은 어깨와 등 운동을 민이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고, 헬스장을 자주 이용해야 본전을 뽑겠다는 생각도 컸어. 헬스장에서 네게 운동을 가르쳐 주고 싶었는데 머쓱하더라.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는 것이 가장의 역할이지. 그런데 순간순간 그 무게가 어깨 위로 느껴진다. 민이의 여러 명의 친구들이 PT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빠는 사실 놀라웠다. 아빠도 받고 싶었던 PT인데 비싸다고 생각해서 해 본 적이 없었거든. 아빠의 경제적인 무능인가 싶기도 했다. 민이가 대학에 가면 PT를 못 시켜주더라도 헬스장 비용은 대줘야지 생각했었어. 그리고 함께 사이좋게 운동하는 부자지간을 상상했지. 그런데 각자의 속도가, 상황이 있다는 걸 아빠가 놓쳤네.


같은 속도로 걸어야 할 때가 있지만 때론 각자의 속도에 맞게 가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세월이 흘러 너와 나의 속도 차가 커져 같은 속도로 걷기 어려울 때도 있겠지. 그러나 종국에는 우리 모두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길을 따라 걸어갈 것을 믿어.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오히려 좋아'라는 말이 있다더라. 일이 생각대로 안 됐지만 지금의 상황을 오히려 좋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자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라고 하더구나. 속도가 다름을 발견한 지금이 '오히려 좋아'인 것 같아. 민이의 속도를 존중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으니까.

비슷한 말로 '가보자고'도 있다네. 할지 말지 망설이고 있다면 일단 도전해보자, 혹은 긴장되고 떨리는 순간에 힘을 내보자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는구나.


민아 각자의 속도로, 헬스의 세계로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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