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생일 2
아들,
엄마의 생일을 맞이하여 거실을 장식한 풍선을 불어줘서 고마워. 귀마개로 귀를 막고 단숨에 풍선을 부는 민이의 모습이 실험장비를 갖추고 실험하는 공대생 같더라.^^
엄마가 우리가 꾸민 거실 사진을 이모들과 함께 하는 카톡방에 올린 걸 보여주셨어. 이모들도 축하의 글을 남기셨고. 엄마의 생일에 조금이나마 기쁨을 더한 것 같아 아빠도 마음이 좋구나. 여자들이 쉰을 맞이하는 건 좀 더 특별한 의미인 것 같아. 지천명의 원숙함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건강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주름도 더 많아지는 나이 듦의 쓸쓸함이 공존하는 것 같아. 그래서 아빠도 좀 더 특별하게 엄마의 생일을 축하하고 싶었단다.
민아,
풍선과 황금빛 커튼 소품을 다 합해도 4,000원 밖에 안 했어. 타인의 작은 정성이 때론 삶의 큰 힘이 될 때가 있더라고. 엄마 모르게 서둘러 준비한 서프라이징 생일 축하. 엄마의 기쁨이 아빠에게도 행복이 되네.
민아,
엄마가 어제 민이와 현이가 쓴 생일카드를 보여주셨어. 민이의 글쓰기, 녹슬지 않았던데. 고 3 담임선생님 말씀처럼 '시 쓰는 공대생'의 느낌이 들던 걸. 동생도 훌쩍 큰 것 같고.
아들, 사랑은 표현해야 상대에게 그 마음이 잘 전달되는 것 같아.
사랑하는 마음이 분위기로 전해지기도 하지만 명확한 언어로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상대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되는 것 같아. 언젠가 아들에게도 한 여인에게 가슴 떨리는 사랑을 표현할 날이 오겠지? 지난 토요일에 결혼식장에 다녀왔는데 울컥하더라. 결혼 예복을 입은 멋진 우리 아들을 혼주석에서 바라볼 날이 곧 올 것 같더구나. 민아! 예비된, 축복된 만남을 주실 거야. 엄마, 아빠가 함께 기도하고 있단다. ^^
민이가 찍은 엄마 아빠 사진을 보정해 카톡에 올려줘서 고마워. 다운로드하여서 아빠 핸드폰 바탕화면으로 했어. 엄마가 50이 된 올해가 엄마 아빠의 결혼 20주년이기도 하구나. 시간이 참 빠르다. 그야말로 쏜살같구나. 이렇게 엄마랑 아빠가 나이 들어가겠지. 그렇지만 엄마랑 아빠는 굳어지지 않는 유연한 마음을 갖고 함께 성장하고 싶다. 푸르른 나무처럼 말이야.
푸르고 푸르른 아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