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아들에게
현아,
거실에서 들려오는 네 찬양소리에 행복한 밤이다. 내일모레 학교 예배에서 부를 찬양을 연습하는 우리 막내, 오늘 아빠는 네이버 사진첩에 저장된 사진을 정리했어. 현이의 어린 시절 사진도 있더구나. 다양한 표정의 예쁘기만 한 우리 아들의 사진을 한참 보았다.
요즘 현이가 작은 도서관 프로그램인 '한곡 완성 - 보컬 기초 완성반' 수업에 몇 번 참여하면서 노래실력이 훌쩍 늘은 것 같아. 첫 수업 때 강사 선생님이 현이에게 추천해주신 곡,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은 1994년에 발매된 음반이어서 아빠가 20대에 자주 듣던 노래야. 30년 가까이 지난 노래를 현이와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 참 좋다.
현이가 초등학교 때, 말할 때는 허스키 보이스였는데, 노래할 때는 맑은 소리가 났단다. 그때 온 가족이 참여해서 한국장애인선교회 여름캠프 음원을 녹음했던 거 기억나지? 그때 아빠가 음향 감독님께 현이가 '토닥토닥'이란 찬양 1절을 솔로로 부르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고, 그대로 녹음했잖아. 맑고 순수한 현이의 목소리가 녹음된 찬양을 아직도 사랑부 예배드릴 때 종종 부른단다.
요즘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은 우리 아들. 토요일에 노래 배우는 그 시간이 현이에게 작은 위로가 되는 것 같구나. 노래를 지도하는 선생님과 노래를 배우는 대학생 형아들이 신학을 공부하는 분들 이어서 노래를 해석하는 것에 더욱 깊이가 있을 것 같구나. 만남의 축복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지난주는 고졸 검정고시를 보느라 못 가서 아쉬웠지? 이번 주에는 아빠가 차로 데려다줄게.
이제는 바리톤의 목소리를 가진 우리 아들! 기억나니?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제주도로 여행 갔을 때, 우연히 찾아간 극장에서 건축학개론'을 무료로 상영했잖아. 영화가 끝날 즈음에 나온 노래가 바로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이었던 거 알지? 영화에서 나온 그 집도 찾아갔잖아. 카페로 꾸며진 영화 속 집에서 시원한 딸기주스도 마시고, 지붕 위에 올라가 바다도 바라보고. 참 좋았지.
우리 가족에게 추억이 있는 그 노래를 현이가 마스터하고 있구나. 현이에게 '기억의 습작'은 또 다른 추억이 더해져 아름답게 기억되겠지?
내년에는 현이는 고 3이 되고, 형아는 군대 가잖아. 우리 이번 여름에는 제주도로 여행 가면 좋겠다. 엄마, 아빠 결혼 20주년도 기념하면서 말이야. 바닷가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했던 그때처럼 말이야. 눈부시게 푸르른 바닷가에서 수영도 하고, 아빠는 선글라스 끼고 태닝도 하고 싶다. 그때는 비가 새는 텐트를 쳤지만, 지금은 비가 새지 않는 텐트도, 타프도 있고. 살림이 늘었네. ^^
우리 아들, 현이 덕분에 아빠는 이 포근한 봄밤에 기억을 습작하고 있네.
잘 자. 우리 아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