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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가 내리고 있어

사진은 우리 아들이^^

by gentle rain

아들,

대학 신입생인데 매주 실험과 리포트 등이 많구나. 요즘 계속 새벽까지 리포트를 쓰는가 보다. 아침은 먹고 학교 가는지 모르겠다. 라면을 자주 먹는 것 같아 건강은 괜찮은지. 혈기 왕성한 때라 괜찮을까? 생활패턴이 달라서 예전과 달리 식사를 함께 잘 못하게 되는구나. 대학생활은 어떠니?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다고? 아빠가 느끼기로는 우리 아들이 즐겁게, 성실하게 대학생활을 보내는 것 같구나. ^^


지난주에 민이가 자전거로 탄천을 달리며 핸드폰으로 찍은 영상을 보니 봄꽃들이 참 예쁘더구나. 친구들과 함께 간 국립현충원에서 네가 찍은 벚꽃은 버드나무처럼 나뭇가지가 겸손하게 땅을 보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더구나. 검색을 해보니 능수벚꽃이라고 하네. 꽃을 보고 예쁘다고 하는 우리 아들. 멋지다.

민이가 사진을 찍으면 '역시', '대박' 이란 감탄사가 나온다. 전문가 설정 샷으로 노출, 색감 등을 조정하며 찍은 민이의 사진은 셔터스톡 같은 이미지 중개 플랫폼에 올리면 짭짤한 수익을 올릴 것만 같다. 아빠가 너무 세속적인가?ㅋㅋ


어제는 아빠를 무례히 대하는 분과 대면하는 일이 있었어. 그에게 안 좋은 일이 있었나 보다 생각하려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빠는 왜 계속 친절하게 대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안 좋아지더라. 헬스장에서 땀을 흘리며 불쾌한 마음을 달래던 중에 스치듯 선의를 악의로 받는 그로 인해 내 감정과 일상이 지장 받을 필요가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사랑의 마음을 주실 때까지 그와는 심리적, 물리적으로 일정한 간격을 두는 것이 당분간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 업무적으로 꼭 해야 할 말만 하는 것으로 정리를 했어. 사람과의 관계는 여전히 쉽지 않은 것 같아. 예수님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하실까? 마음과 다르게 친절한 말과 행동을 과하게 하지 않고, 그를 향한 사랑의 마음 주시기를 먼저 기도하라 하시는 것 같아.


아들, 오늘은 살짝 비가 왔네.

오래전, 공연을 하면서 남녀 주인공의 노래를 수없이 들었기 때문일까? 꽃비가 내리는 날에는 이 노래가 생각나네.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중에 마리우스를 짝사랑하는 에포닌의 노래인데 가사에 '꽃비'가 나와.

"괜찮아, 마리우스. 난 아프지 않아. 이젠 빗방울쯤 날 아프게 못해.... 꽃비가 내리고 있어~"


민아,

조만간 또 꽃비가 오겠지? 아들의 마음에는 어떤 노래가 떠오를까?

잘 자. 중간고사 잘 볼 거야. 모든 과정에 하나님의 평강이, 지혜가 함께 하길 아빠도 기도할게.

아자아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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