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유명산 자연휴양림에서 온 가족이 함께 보낸 1박 2일이 마치 꿈처럼 지나갔네. 엄마가 찍어 준 이 한 컷의 사진이 진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고 산속을 걸으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어. 눈 앞에 보이는 산들은 연두색과 초록색 두 가지 색으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것 같다. 녹색의 향연이라고 하면 걸맞을까? 아빠는 5월 가족캠핑의 아름다운 풍경을 넉넉히 마음에 담아왔다.
그런데 말이야. 오늘 아침 출근길에 시동이 안 걸리는 거야. 보험회사에 전화를 하고 기사님을 기다리는 동안 교감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얘기했지. 평소 같았으면 애타는 마음이 컸을 텐데 오늘은 왠지 그렇지 않았어. 불가피한 상황에서 마음을 졸여봤자 바뀌는 것이 없는 걸. 여유와 배짱이 생겼다고나 할까?
기사님이 배터리를 충전해주시며 30분 이내에 차 시동을 끄지 말라고 하셨어. 출근길은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데 어떡하지? 운전을 하며 잠시 생각하다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차를 돌렸어. 테라스가 멋진 아파트도 있고, 마당이 예쁜 주택들도 정겹더라. 시동을 켠 지 30분을 넘기고 학교 정문을 통과했어. 20분 지각을 했더라고. 이 학교에 온 지 3년째 되는데 첫 지각이었어.
오늘은 외부기관에서 담당자들이 와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담임선생님과도 연락을 해야 했고, 전학 온 학생에게 가정통신문을 아침에 미리 배부해야 했어. 그러나 이미 지각은 돌이킬 수 없는 걸. 양해를 구하고 업무를 처리했지. 학생들이 연이어 상담을 하러 왔고, 전화벨은 계속 울리고... 그런데 말이야. 참 신기하지? 마음이 바쁘지 않았어. 차근차근 업무를 마무리했지. 예정되었던 조퇴를 하고 은행업무를 보고, 엄마와 함께 현이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했지.
지각과 조퇴, 겹치고 연이은 일정 속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은 오늘을 돌아보니 '참 묘한 일이야' 노래가 떠오르네. 엄마랑, 민이랑, 현이랑 함께 다녀온 가족캠핑이 분주한 삶을 힘들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한 받침목이 된 것 같아.
하늘, 산, 강, 나무, 꽃... 이 자연 속에서 우리들이 함께 보낸 시간들. 축복이었다. 아니 바로 지금이 은혜네. 자정에 가까운 시각에 샤워를 하며 김동률의 '감사'를 노래하는 우리 아들들. 새벽 1시가 넘은 지금 이 시각에 동생 수학을 봐주는 형아. 우리 두 아들. 감사하고 감사하구나.
민아,
오늘 고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놀러 간 한강에서 찍은 사진을 가족 카톡방에 올려줘서 고마워! 민이 친구들의 웃는 얼굴을 보니 반갑더라. 그 밝은 에너지가 아빠에게도 전해지더구나. 예전처럼 친구들 집으로 초대해도 좋겠다. 앗! 자야겠다. 아들들도 이제 자야지. 아빠 먼저 잔다.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