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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며

기본기를 익히자.

by gentle rain

민아, 아빠는 어제 오랜만에 바이올린을 꺼냈어.

며칠 전 교사 오케스트라 모집 공고문을 봤거든.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30분에 모임이 있으니 바이올린을 가지고 오라는 연락을 받고 베란다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던 바이올린 꺼냈어. 먼지가 쌓인 바이올린 케이스를 닦고, 개방현의 음정을 피아노에 맞춰 튜닝을 시도했어. 1,2,3번 줄 음정은 맞았는데 4번 음정이 잘 안 맞더라고. 4번 줄을 조여 음정을 맞추면 곧 줄이 풀리기를 몇 차례 끝에 4번 줄이 끊어졌어. 약속시간은 다가오는데 말이야. 얼른 연습실 근처의 악기상을 찾아 방문했지. 오래된 줄이라 다 갈면 좋겠다는 사장님의 권면으로 4개의 줄을 모두 갈았어. 사장님이 튜닝도 해주셨지. 공지에 올라온 대로 연습실에 가까운 도서관에 주차를 하고 연습실로 향했어. 아빠는 평소 바이올린을 메고 걷는 사람들이 멋지게 보였어. 아빠도 마치 바이올리니스트가 된 것처럼 어깨에 바이올린을 메고 연습실을 찾아갔지. 앱이 안내하는 대로 찾아갔는데 연습실이 안 보이는 거야. 근처를 배회하고 있는데 어떤 분이 연습실 위치를 알려주셨어. 지하에 있는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갔어.



첫눈에 보기에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굵은 파마머리의 남자분이 아빠 보고 어떻게 왔는지 물으셨어. 공문을 보고 찾아왔고 바이올린은 생초짜임을 말씀드렸지. 지휘자 선생님은 오케스트라 연습실로 안내를 해주셨지. 먼저 연습을 하고 있는 선생님에게 아빠를 부탁한다고 하셨어. 아빠도 옆자리에 앉으신 세컨드 바이올린 연주자 선생님께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했어. 연습실을 둘러보니 바이올린, 플루트, 호른, 드럼, 비올라, 베이스, 트롬본, 건반 등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이 각자 연습을 하고 있었어. 아빠도 바이올린을 꺼냈지. 그런데 말이야 개방현의 4개 음정만 알고 있는 아빠는 도무지 소리를 낼 수가 없더라. 옆자리 선생님은 알라딘 주제곡인 'A Whloe New World' 악보가 놓인 보면대를 아빠 쪽으로 옮기시면서 악보를 같이 보자고 하셨어. 지휘자님의 신호에 따라 음악은 연주되었고, 아빠는 오른손으로 활을 든 채 악보만 보고 있었어. 중간중간 지휘자님은 연주를 멈추고 곡의 분위기에 맞는 악상과 박자 등을 연애에, 때론 자연의 소리에 비유하며 설명해주셨지. 그리고는 이렇게 말씀을 하면서 따라서 말하도록 하셨지. "실수도 예술입니다"

그런데 아빠는 따라서 말할 수 없었어. 왜냐하면 아빠는 한마디도 제대로 소리 낼 수 없었거든.


연습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었어. 지휘자님이 아빠에게 핫도그를 건네주며 물으시더라. "바이올린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아빠는 대답했지. "바이올리니트스 대니 구의 연주 영상을 보고 저도 그렇게 하고 싶어서요." (대니 구는 젊은 재미교포로 현재 한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아티스트야. )

대답을 한 아빠는 이어지는 오케스트라 연습을 지켜보면서 아름다운 선율에 감동을 했지만 의욕만 가지고는 협주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지. 용기를 내어 찾아간 자리였지만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어. 바이올린을 무릎 위에, 활은 보면대 위에 올려놓은 채로 끝까지 자리를 지켰어. 연습이 끝나고 집으로 왔는데 호른을 연주했던 선생님으로부터 카톡이 왔어. 밴드 초대 및 악보 이용 카페 가입 등의 정회원 절차 과정의 내용이었어.

오늘 연습실의 따뜻한 분위기와 아름다운 연주에 감동했다는 내용과 함께 기본기를 익힌 후에 교사 오케스트라 단원에 가입하겠다는 답글을 보냈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


그래도 감사한 건 묵혀두었던 바이올린을 퇴근 후에 연습하려고 학교로 가져왔다는 거야.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지휘자님의 얘기처럼 감정을 실어 연주할 날이 올 거야. 민이가 초등학교 방과 후 시간에 사용했던 교재도 가지고 왔어^^. 바이올린 기초를 알려주는 유튜브도 구독했어.


오늘은 동영상을 보며 개방현의 음정을 소리 내보려고 해. 차근차근 익혀보려고 해. 한곡의 노래를 연주할 수 있게 되면 오케스트라 단원 가입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려고 해. 희끗해진 머리로 날리며 바이올린을 연주할 아빠의 60대를 기대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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