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를 떨어보자!
현아,
어제, 그제 아침은 무료급식 자원봉사로 애썼는데, 오늘은 고졸 검정고시를 보느라 수고가 많구나.
4월에 치른 시험에서 이미 합격했지만 수시를 위해 한 번 더 치르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느라 고생 많았고 과정마다 성실히 임해줘서 고마워. 이제 점심시간이겠다. 꼭꼭 씹어 잘 먹고 있을 아들. 아자아자 파이팅!!!
아빠는 어제 엄마랑 비가 잠시 그친 사이에 율동공원을 산책했어. 거짓말처럼 맑아진 하늘과 뭉게구름, 폭우를 고스란히 맞고 더욱 푸르러진 나뭇잎들에 감탄하다가 나무 위에 앉은 새들을 보았어. 노아가 땅에 물이 줄었는지 확인하려고 방주 밖으로 날려 보낸 비둘기 같았어. 자연을 좋아하는 현이가 이 풍경을 봤으면 행복해했을 텐데.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보다 농촌의 구수한 냄새를 좋아하는 우리 아들. 비둘기 목의 빛나는 초록빛을 좋아하는 우리 아들. 사랑해!
요즘 우리 아들이 말이 많아진 거 같아. 표정도 밝아지고 말이야. 아빠가 어제 심리치료 전문가인 박성만 작가의 '수다 떠는 남자'란 책을 읽었어. 부제가 '마음이 가벼워야 인생이 가볍다'더라고. 우리나라는 남자들에게 과묵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가 남아있잖아. 저자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삼키지 말고 뱉어야 건강하다고 여러 사례들을 들어 증명하고 있어.
신학을 전공하기도 한 저자는 기도를 인간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하나님께 수다 떠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어. 친해야 수다를 떨 수 있잖아. 그런데 수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침묵에 머무를 필요가 있다고도 했어. 하나님이 나에게 주시는 말씀을 들으려면 침묵해야 하잖아. 그래서 기도를 하나님과 대화한다고 하나 봐. 수다와 침묵이 균형을 이룬다면 불안을 초월한 세계에서 살아갈 것 같아.
최고의 수다는 자연과의 대화라고 하더라. 자연을 좋아하는 우리 아들은 이미 최고급 수다를 떨고 있는 것 같구나. 검정고시가 끝나면 잠시라도 나무가 우거진 숲에 다녀오자.
엄마랑은 수다가 쉬운데 아빠랑은 수다가 어렵다면 그건 아빠 때문일 거야. 아빠는 공감보다 문제 해결에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습관이 있거든. 이제부터라도 어깨에 힘을 빼고 마음을 가볍게 엄마랑, 그리고 아들이랑 수다를 떨어보려고 해. 아빠의 수다가 너무 많아지면 멈춰달라고 이야기해주면 어떨까?
현아!
수다를 떨 수 있는 베필을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한다. 너무 이른 기도제목인가?^^
이따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