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안녕히 주무세요.
아버지,
내년에 강민이가 군대에 가려고 해요. 토익점수가 780점 이상인 지원자 중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선발되는 카투사에 지원하려고 내일 토익시험을 봐요. 여름방학 중인 강민이가 오랜만에 독서실에 가서 종일 공부하고 왔어요. 카투사로 생활하며 영어도 늘고,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지면 좋겠어요. 가장 좋은 곳으로 인도하실 것을 믿음으로 기도해야겠어요. 아버지 강민이의 군 생활을 위해 기도 부탁드려요.
아버지는 6.25때 통역장교로 근무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어떻게 통역을 하게 되셨어요? 독학으로 영어공부를 하셨어요? 선교사님과 영어 성경 공부를 하셨나요? 아버지를 통해 직접 들은 게 아니어서 궁금해요. 아버지를 닮아서일까요? 저도 영어를 좋아했어요. 영어를 사용할 일이 줄어드니 점점 영어 실력이 줄어드네요. 지금 제가 토익시험을 보면 반타작이나 할까 싶어요. 아버지는 지금도 영어로 성경 말씀을 매일 읽고, 외우시잖아요. 대단하세요. 저는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고, 영어공부를 전혀 하고 있지 않아요.
아버지를 닮아서일까요? 강민이도 영어에 관심이 있어요. 영국식 발음이 매력적으로 들리나봐요. 한때 영국 드라마를 열심히 보더라구요.
아버지는 언제부터 미국유학을 꿈꾸셨어요? 환갑을 넘겨 유학을 가는 건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대단하세요. 이제 미국에 이민 가신 지 30년이 되어가나요? 자녀들은 모두 한국에 사는데 아버지와 어머니만 이민 가신 건 제가 다 알 수 없는 이유가 있겠지요?
얼마 전 휠체어 탄 어머니와 함께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드시는 사진을 보내셨잖아요? 어머니 생신 때는 케이크도 준비하신 아버지, 멋지세요.
이번 추석에는 형들과 저 모두 따로 성묘 가기로 했어요. 코로나가 발발하기 전인 2019년 추석 이후 지금까지 함께 성묘를 드리지 못했어요. 언제 함께 성묘 갈 날이 있겠죠.
아버지, 새어머니가 돌아가신 어머니 추도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마음을 쓰셨으면 어땠을까요?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을까요? 아버지 혼자 돌아가신 어머니 산소에 다녀오셨던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그런 세월을 보내셨음에도 아버지는 새어머니에게 감사하다 하시고, 다 하나님의 은혜라고 하셨지요. 저는 언제 아버지의 그 크신 마음을 닮을 수 있을까요?
아버지,
내일은 주일이네요. 가까운 교회에서 예배드리시는 건 어떠세요? 교통편이 마땅치 않으시죠? 아버지, 하나님과 일대일로 교제할 때의 기분은 어떠세요? 저도 아버지처럼 하나님과 깊이 교제하고 싶어요. 너무도 부족하지만 지금 이 모습 그대로 하나님 아버지께로 가려고 해요. 저를 자녀 삼아주셨잖아요. 자녀는 언제든 아버지께로 갈 수 있잖아요. 그죠?
아버지, 어머니와 드리는 예배의 자리에 하나님의 임재가 충만하길 기도합니다.
아버지,
안녕히 주무세요~
막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