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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정명석 변호사 닮았다고요?"

by gentle rain


민아,

어디야? 어제는 아빠가 먼저 잠들어서 아들 얼굴 못 보고, 오늘 아침은 잠자는 아들 뒤통수만 보고 출근했네. 연애하는 건가?ㅋ 만나는 여자 친구 생기면 편안히 얘기해주면 좋겠다. 아빠의 욕심인가?

오늘은 자동차 동아리에 간 건 아닌 거 같고, 약속이 있었나 보구나. 민이도 개학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네. 2학기는 23학점을 들어서 1학기 때보다 빡빡하겠다.


학교 다이어리에 내일 할 일들을 적다가 오늘의 to do list를 돌아보았어. 14개 있었는데 그중 13개를 완료했고, 나머지 1개는 일정을 고려하여 3일 후에 하기로 했어. 선방했지? ^^ 학기 초여서 소소하게 할 일들이 많네. 기록하지 않으면 놓치게 되더라고. 계획적인 ENFP가 돼보려고 노력 중이야.


아, 그리고 기분 좋은 일이 있었어. 물론 다이어리에 기록하지는 않은 일이지. 아빠가 기획한 상담 프로그램에 필요한 물품인 '공감 밴드'를 교직원들에게도 나눠주려고 행정실에 갔어. 공감 밴드의 겉면에는 '지금 너의 기분은 어때?', '너에게 필요한 것은 뭐야'란 문구가 있고, 안쪽에는 다양한 감정단어와 욕구를 표현한 단어들이 있어. 프로그램 취지를 설명하며 행정실 선생님들에게 나눠주는데, 행정실의 한 선생님이 아빠 보고 "정명석 변호사 닮았어요" 하는 거야,

"정명석 변호사요?"아빠가 말했지.

"네. 우영우에 나온 변호사요" 선생님이 큰 목소리로 답하더라고. 특별한 우영우 변호사의 상사인 정명석 변호사를 닮았다는 선생님의 이야기에 다른 행정실 선생님들도 "정말 그러네" 하며 호응을 하는 거야. 내심 기분이 좋더라. 문득 민이 사진을 보여 주고 싶었어.

"우리 아들은 이준호를 맡은 강태오 배우 닮지 않았어요?"라고 말하고 싶었어만 참았지. 오버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ㅋㅋ

정명석 변호사 역할을 맡은 강기영 배우의 잘생긴 외모를 닮았다기보다 풍기는 분위기가 닮았다는 거겠지. 업무상 행정실에 자주 들리게 되는데, 그때마다 중저음의 목소리로 인사하는 아빠의 모습이 친절하게 느껴졌겠다 싶었어.


또 무슨 좋은 일이 있었나? 치과진료도 잘 받았고, 저녁도 맛있게 먹었고, 헬스장에서 무선 이어폰으로 좋은 강의와 찬양 들으며 운동도 재밌게 했네.

아빠가 어제 읽은 책, '인디 워커'에 나온 한 문장, '배낭의 무게는 두려움의 무게다'를 읽으며 요즘 아빠가 느껴왔던 감정의 큰 갈래가 '두려움'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배낭에 너무 많은 것을 넣었던 거야. 염려란 짐을 내려놓아야겠어. 욕심이란 짐도 비우고 말이야.


아빠는 내일 출근해서 소아청소년정신건강복지센터 선생님들과 만나. 그분들께도 공감 밴드를 선물해야겠어. '정명석 변호사 닮았어요'란 얘기를 듣고 싶어서는 아니야. 그분들께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상담 관련 일을 하다 보면 감정이 소진될 때가 종종 있더라고. 번아웃이 오기 전에 나의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수다는 여기까지 떨어야겠다. 아빠 먼저 잔다. 굿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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