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학도 아들에게.
민아,
밤에는 바람이 시원하다. 민이는 시원한 버스에 탔을까? 이제 가을이 오려나보다.
엄마는 오늘 2학기 개별화교육협의회가 있어서 늦게 오셨어. 개별화교육협의회란? 담임교사, 학부모와 함께 한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을 협의하여 계획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지.
엄마는 저녁 드시고 바로 침대에 누우셨어. 엄마가 많이 피곤해 보였는데 금세 잠이 드셨네. 엄마도 나이가 들어가는가 봐. 전처럼 자주 피곤해하시네. 어제 엄마가 안경을 머리에 걸치고 안경을 찾고, 토마토 통을 들고 토마토가 어딨는지 찾으셨어. 개학 후 한동안은 정신없이 바쁠 엄마를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네ㅠㅠ
아빠도 오늘 실수를 했어. 교육이 있어서 출장을 달고 모임 장소를 갔더니 아무도 없는 거야. 교육 담당자에게 연락하니 지난주는 월요일이 공휴일이라 화요일에 교육이 있었던 거고. 이번 주와 다음 주 모두 월요일에 교육이 있다는 답변이었어. 아빠가 공문을 읽고서는 제대로 기억을 못 한 거야. 기억력 저하는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일까? 그렇다면 더욱 기록에 힘써서 덜 실수하도록 해야겠어.
오늘 아빠는 '불안한 나로부터 벗어나는 법'이란 책을 읽었어.
책 중간 챕터 소제목이 '힘들고 불행한 이유는 남의 일에 쓸데없이 참견하기 때문이다'였어. 저자는 자녀와의 관계에서 이 문장을 적용하여 이렇게 말했어.
"자식을 최고의 친구처럼 대하라. 자식들이 성장하면 그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라. 그들이 꿈을 펼치도록 도와줘라. 자식이라는 이유로 옭아매려 하면 자식은 달아난다. 가까이 지내기는 해도 자유롭게 풀어줘라."
특히 마지막 문장은 두 번 더 소리 내어 읽었어.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아들, 민이인데 하나님께 맡겨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하게 되더라. 아빠는 아들, 민이와 가까운 사이이지만 아빠가 민이를 옭아매지 않는 성숙한 관계가 되도록 애써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더라.
민아,
두 가지 부탁할 일이 있는데 내일 시간 괜찮을까? 엄마가 빗질하면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그래서 진공청소기로 화장대 밑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치워. 그런데 요즘 청소기가 전원을 켜면 바로 꺼지네. 청소기 고칠 수 있을까?
두 번째는 안방 옷장 문 경첩이 망가졌어. 엄마 말대로 나무젓가락을 잘라서 나사 구멍에 넣어도 보고, 글루건으로 구멍을 메꿔 전동드라이버로 나사를 다시 끼우려고 했는데 잘 안되네. 엄마가 몇 차례 아빠에게 얘기했는데 아빠가 고치질 못해서 기계공학도인 강민이에게 부탁하려고.^^
민이 얼굴 보고 자려고 했는데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런지 잠이 쏟아지네. ‘잘 자는 것’ 이 또한 감사한 일이지. 민아, 아빠 먼저 잔다. 내일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