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
오늘 친구들이랑 수능 원서접수를 잘하고 왔다고? 우리 아들 다 컸네. 원서를 접수한 후의 현이 마음은 어때? 수학 선택을 미적분으로 했다고 하니 수학 공부량이 많을 것 같다. 그런데 현이가 수학이 다른 과목보다 재밌다고 하니 아빠 생각엔 선택을 잘한 것 같네.
오늘 5학년 남학생이 상담실에 왔어. 불안해서 왔다는 거야. 뭐가 불안하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자꾸 토한다는 거야.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니 학생의 엄마는 셋째를 임신한 지 얼마 안 되었더라고. 그래서 알려주었지. 임신 초기에는 많은 임산부들이 입덧을 한다고. 자연스러운 거라고. 그리고 학생은 아빠를 따라서 말했어.
"괜찮을 거야. 임신 초기에는 다 그러잖아."
학생은 토를 자주 하는 엄마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엄마는 입덧을 하는 거니까 죽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게 되자 상담실에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확실히 편안해 보였어.
"생각을 바꾸니 마음이 어때?" 아빠가 묻자 "괜찮아졌어요"라고 답했어.
잠시 후 양손 주먹을 교대로 힘을 주었다 이완시키는 동작을 학생에게 알려주며 함께 했어.
"어때?" 아빠가 물으니 학생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는 거야. 학생은 한참을 수다를 떨었고 아빠는 맞장구를 쳐주었지.
아빠가 이번 방학 때 '불안'에 대한 책들을 여러 권 읽으면서 '불안'이란 감정을 좀 더 알게 된 것 같아. 불안을 조절하는 방법들도 익히고 말이야. 오늘 학생의 불안한 감정에 대해 상담을 하면서 방학을 유익하게 보낸 것 같아 흐뭇하더라.
생각을 바꾸면 감정이 변하고, 보이지 않던 것들도 보이는 것 같아. 아빠는 요즘 매일 조금씩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불안한 마음이 평정심을 찾아가고, 엉켜있던 생각의 조각들이 맞춰지는 것 같아.
아빠는 오늘 동학년 선생님들과 저녁식사를 했어. 한 선생님이 아빠에게 학교에서 제일 바쁜 선생님 같다고 하더라고. 학기 초 여러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고, 학생들이 상담실에 계속 찾아오니 그렇게 보였나 봐. 바쁘긴 하지만 정신이 없을 만큼은 아니고, 지금은 보람 있고 즐거워. 그러나 일의 양은 조절하면서 할 필요는 있는 것 같아. 온라인으로 들어야 하는 30시간 교육이 있는데 하나도 못 들었거든. 오늘부터 한 시간씩이라도 들어야겠다. 여러 가지를 잊지 않고 챙기려면 현이처럼 좀 더 세밀하게 계획을 세워 기록해두어야겠어.
현아, 불안한 감정이 일어날 때가 있다면 호흡을 가다듬고 불안을 바라봐봐. 무엇이 불안하지, 어떤 생각이 불안하게 하는지, 그리고 생각을 어떻게 바꾸면 불안이 덜해질지 찾아보는 거야. 그러면 분명히 불안의 그림자는 짧아지고 엹어질거야. 그림자가 따라오더라도 목표를 향해 힘차게 걸어갈 수 있을 거야.
우리 아들, 현이
사랑한다. 아자아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