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우리 가족의 모든 남자들이 깨어있네, 민이도 현이도 모두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 건데. 아빠는 왜 깨어 있는 거야? 요즘엔 자꾸 자는 게 아까운 거야. 조금은 서늘한 가을밤의 공기도 좋고, 이 밤에 읽는 책도 좋고. 거실 유리창에 비치는 나도 좋고ㅋㅋ.
오늘은 퇴근 후 엄마랑 남한산성에 다녀왔어. 두 아들 모두 학교에서 늦게 오니까 저녁을 일찍 먹을 이유도 없고 해서 퇴근해서 엄마를 집 앞 버스정거장에서 픽업해서 곧장 남한산성에 갔어. 주차를 하고 보니 벌써 해가 다 졌더라. 날씨는 갑자기 추워지고 말이야. 근처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서 엄마가 싸온 도시락과 함께 먹었어. 10분 정도 근처를 걸었을까? 바로 주차장으로 갔지. 어두워진 남한산성 도로를 타고 집에 왔어. 내일 동학년 선생님과 남한산성으로 답사를 가는데 오늘은 엄마랑 남한산성에서 짧은 데이트를 했네. 그래도 좋더라. 주차장 주변의 한옥 음식점의 처마를 비치는데 멋지더라. 집에 와서 뜨뜻한 물로 샤워를 하니 차가워진 몸이 금세 데워지더라.
곧 책상에 앉아 목요일에 있을 다락방 모임을 위해 말씀을 예습했어. 본문 말씀이 스가랴 2장 6절에서 13절인데 8절 하반절이 "너희를 범하는 자는 그의 눈동자를 범하는 것이라"이야. 새 번역에서는 "너희에게 손대는 자는 곧 주님의 눈동자를 건드리는 것이다"라고 나와. 하나님께서는 그의 자녀를 당신의 눈동자처럼 매우 소중하게 여기신다는 거잖아. 하나님의 존귀한 자녀인 민이, 그리고 민이의 여자 친구가 생각났어. 휴학 중인 여자 친구가 진로를 놓고 많은 생각을 할 것 같더구나. 아빠가 속시원히 길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자녀 한 사람 한 사람을 참으로 소중히 여기시고 앞길을 인도하신다는 거야. 여자 친구가 내년에 복학을 할 수도 있고, 다시 수능을 준비할 수 있겠지. 혹은 새로운 진로를 결정할 수도 있겠지. 어떤 길을 선택하든지 하나님께서 합력하여 선을 이루실 거라 믿어.
아빠는 대학 입학 후 군대 가기 전까지 진로를 놓고 고민했었어. 학벌을 얻기 위해 내가 선택한 대학과 학과였지만 입학을 하고 곧 내가 원하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지. 고등학교 때 꿈이었던 정신과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다시 대입시험을 봐야 하는데 자신은 없고, 고민이 많이 되더라. 대학 1, 2학년을 겨우겨우 학교를 다니다가 군대를 다녀온 후 동아리 활동과 경영학을 부전공하면서 대학생활을 즐겁게 하고 취업을 했던 거 같아. 그리고 한참을 지나 정신과 의사는 아니지만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상담교사가 되어있더라고.
민이의 여자 친구의 진로를 두고 아빠도 함께 기도할게. 하나님께서 당신의 귀한 딸을 가장 좋은 길고 인도하실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