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밝아옵니다. 조용한 거실에 스탠드 조명을 켜고 기도의 글을 올립니다. 지난주 다래끼가 나서 찾아간 안과에서 난생처음으로 여러 가지 검사 끝에 녹내장 진단을 받았지요. 아침, 저녁으로 다소 따가운 안약을 넣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되어갑니다. 인터넷에 녹내장을 검색하니 여러 주의 사항들이 있더라고요. 안압이 올라가는 역기를 드는 운동은 하지 말 것, 옆으로 누워 자지 말 것...
새해맞이 행사, 1년에 36만 원 할인가를 받으려고 새벽 6시에 등록한 헬스장을 포기하기가 아까웠습니다. 1년 동안 지속했던 근력운동을 새해에는 좀 더 열심히 해보려고 했거든요. 옆으로 누워 자지 않는 건 어려웠습니다. 바르게 누웠다가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어느새 옆으로 누워 있습니다. 그 대신 안약을 아침, 저녁으로 잊지 않고 넣고 있습니다. 한 달 후 재검사할 때는 차도가 있기를 기도하면서요. 재검사를 할 때는 의사 선생님에게 안압이 얼마인지,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실명의 위험은 없는지 궁금한 것들을 질문해보려고 합니다. 지난번에는 녹내장이란 진단에 놀라서 왜 이런 질병이 생겼는지만 질문했습니다. 녹내장이 생활습관과 상관없고 유전의 영향과 고도 근시인 경우 나타나기도 한다는 답변을 들었지요. 그렇지만 발광체인 핸드폰 보는 시간을 줄이려고 전원을 종종 꺼두고 있습니다.
새벽 03시에 잠을 깬 후, 여러 차례 잠을 청하였지만 더욱 멀쩡해졌습니다. 심호흡을 하며 평안한 마음을 가지려고 했지만 잘 안되었습니다. 현관에 신문이 왔는지 확인했지만 오지 않았습니다. 시장끼가 느껴져 아내가 끓여놓은 김칫국에 밥을 말아먹었습니다. 맛있네요. 다시 현관문을 열었더니 신문이 와 있더군요. 신문을 천천히 읽었습니다.
왜 잠에서 깼냐고요? 불안이 올라와서요. 고 3이 되는 아들이 수능영어 기출문제를 푼 채점한 결과를 보았습니다. 빨간펜으로 사선을 그은 표시가 대부분이었지요. 성실하고 착한 아들인데요.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선뜻 답변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수학 등의 과목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상의하는 아들에게 공감과 격려를 해주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어요. 마음만 확 답답해지더라고요. 분명히 하나님께서 주신 main gift가 있는데 그게 무엇일까요?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으면 어떡하지? 아들의 성적은 어떻게 올릴 수 있지? 이 두 가지 염려가 꼬리를 물었습니다. 아들에게는 염려대신 염원하라고 했는데 말입니다.
지금이라도 잠잠히 기도를 하고자 합니다. 제가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도니까요. 기도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아들이 잘 자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제 감정의 무엇인지, 어디에서 그 감정이 시작되었는지 알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감사를 선포합니다. 제가 살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