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이 불안을 밀어내더라.
현아,
어제는 잘 잤나 보구나. 다행이다.
그제는 수능기출문제를 풀어도 잘 모르겠고. 현이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잖아. 이런 모호함이 불안을 불러오고 불안은 숙면을 방해하고. 마치 실타래처럼 연결된 생각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는 것 같아. 그때는 생각보다는 실행이 불안을 밀어내는 것 같더라. 팔 굽혀 펴기 30개를 한다든지, 소리를 내어 영어문장을 읽는다든지. 신체의 어느 기관이든지 움직이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그리고 심호흡도 불안을 낮추는데 큰 도움을 주더구나. 숨을 내쉴 때 횡격막이 내려가면 부교감신경이 자극되고 부교감 신경은 긴장을 이완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하니 매우 과학적이지 않니?
아빠는 최근에 녹내장 진단을 받은 후 건강이 염려가 되더라. '염려하지 말고 염원하라'는 말처럼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새벽에 잠이 깼어. 다시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지 않고 불안이 꿈틀대더구나. 30여분 뒤척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어. 옷을 챙겨 입고 식탁으로 갔지. 엄마가 맛있게 끓인 김칫국을 데워 밥을 말아먹고, 현관 앞으로 배달된 신문을 가져와 일었어. 그리고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어.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편해지더라. 그리고 잠잠히 녹내장을 치유해주시기를 기도했어. 다래끼로 인해 안과를 간 덕분에 녹내장을 발견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게 되더구나. 양치를 하고 누워서 심호흡을 했어. 그리고는 잠이 들었어. 아침에 늦잠을 자긴 했지만 불안했던 새벽과는 아빠의 마음이 달라져 있었어.
수능을 준비하는 2023년이 불안할 때가 있을 거야. 그럴 때는 그제처럼 엄마 아빠에게 말해주렴. 아빠가 그제보다 훨씬 더 경청할게. 참, 그제 아빠 따라 심호흡을 해줘서 고마워. 늦은 밤 독서실에서 온 우리 아들. 형아에 이어 수능을 준비하는 사랑하는 우리 아들, 현이를 아빠가 응원하며 기도한다. 하나님께서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심을 믿어. 그 과정 가운데 감사를 연습하자.
핸드폰을 오래 보는 것이 녹내장에 좋지 않다는 기사를 읽고 바로 핸드폰 전원을 껐어. 요즘 아빠가 인스타를 하면서 핸드폰 보는 시간이 확실히 늘었어. 시간을 축내는 핸드폰 놀이는 이제 그만하고 눈을 좀 쉬어주려고 해. 대신 좋은 것만 보고 기도의 시간을 가지라는 하나님의 sign 같아.
사랑하는 아들, 현아.
오늘 이사야 말씀을 읽는데 49장 16절 상반절에 "내가 너를 손바닥에 새겼고"란 말씀이 나오더라. 예전에 이 말씀을 읽고 아빠가 많이 울었던 적이 있어. 아빠의 이름을 새기셨듯이 하나님 아버지께서 현이의 이름을 당신의 손바닥에 새기셨다는 거야. 현이는 하나님 아버지가 손바닥에 그 이름을 새기기까지 너무나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말씀하고 계셔.
현아, 현이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담대하게, 당당하게 지내는 2023년이 되길 바란다. 아빠도 함께 기도할게. 사랑해. 우리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