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여행을 떠난 아들에게

by gentle rain

민아,

인생 처음 맞이하는 혼자 떠난 여행의 첫날, 제주도는 잘 있니?^^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 이때즈음에는 민이가 집에 들어왔었는데. 지금은 민이 혼자 제주도네. 이제 20일이 지나면 군대에 가는구나. 훈련소에 가면 당분간 민이 얼굴을 보고, 안고, 함께 웃고 떠들지 못하겠다.ㅠㅠ 그러나 그 시간도 다 지나가겠지?


아빠 학교에는 교장, 교감선생님이 새로 오셨어. 지난 2년간 계셨던 관리자분들이 워낙 좋으셨던 분들이라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더구나. 오늘은 새로 오신 교감선생님의 질문에 답할 시간이 있었어. 그런데 그 질문이 아빠의 상식을 벗어나더구나. 구체적 상황을 글로 옮기는 것이 구차하게 느껴지리만큼.

겉으로는 웃었지만 마음은 불편했어. '아. 이런 분과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을 지내야 하다니...'


퇴근을 하고 강현이와 10분 성경공부를 하기 위해 지난 주일에 산 '나와 예수님의 동행 다이어리'의 오늘 일자를 폈지. 요한복음 16장 22절, "지금은 너희가 근심하나 내가 다시 너희를 보리니 너희 마음이 기쁠 것이요 너희 기쁨을 빼앗을 자가 없으리라". 몇 번을 읽다가 '내가 교감선생님의 질문 때문에 불편한 마음을 유지할 필요가 없구나. 그분은 그분의 삶의 히스토리가 있겠지.' 그런 생각을 했어.

오늘은 마음이 잠시 불편했지만 창조주 아버지께서 아빠를 바라보시는 그 기쁨을 아무도 빼앗을 수 없다는 깨달음이 훅 올라왔어. 교감선생님을 아버지께서 통치하여 주시길 기도했어. 그리고 교감선생님을 축복한다고 소리 내어 말했어. 그리고 또 한 번 말했지. '나는 그저 하나님의 임재 안에 거하기만 하면 되는구나. '


민이가 집에 있었으면 민이에게 고자질했을 것 같아.^^ 그런데 민이는 아빠에게 "그래도 잘 모셔요. 모든 주권은 하나님께로부터 왔다고 하잖아요."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더라. 그래 결심했어! 겉으로만이 아닌 속으로도 그분의 장점을 찾아드리고, 격려해 드려야겠다.

얼마 전에 읽은 책 중에 '담대하지만 담담하게, 단순하지만 단단하게'란 문구가 인상적이었어. 정말 그분의 말과 행동이 아니다 싶으면 담대하지만 담담하게 말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단순하지만 단단하게 말이야. 만남의 축복에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과의 만남만 있을 거라 생각했던 거 같아. 그런데 지금 든 생각은 '적어도 그렇게는 하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을 갖게 하는, 반면교사 삼을 사람과의 만남도 포함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


혼자만의 여행을 떠난 아들,

밤이 깊어지는구나. 오늘 밤 잘 자고.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을 마음에 담아 오길 바래. 오늘의 여행이 민이에게 더 깊어지는 시간이 되길.


하나님께서 민이와 함께 하실 줄 믿음으로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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