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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tle rain Jul 04. 2024

휴직을 연장한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건강은 어떠신지요? 다음 학기에는 복직하실 줄 알았는데 쉼과 회복이 더 필요하시기에 휴직을 연장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고민을 하시고 결정하셨을 선생님의 마음이 전해집니다.ㅠㅠ. 작년 6학년 담임을 하면서 학생 생활지도, 학부모 민원,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 전후의 관리자의 대응... 두루두루 힘든 일들이 선생님의 몸과 마음에 상흔을 남겼네요. 작년을 돌아보면, 변화의 큰 물줄기 속에서 교육의 방향은 갈 바를 잃은 듯합니다. 여러 법안들은 바뀌었다는데 학교현장에서는 무엇이 좋아졌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임용동기 선생님의 학교에서 학교폭력신고가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새롭게 시행되는 '학교폭력 가해자 즉시 분리'조치를 했다고 합니다. 즉시 분리는 '동일 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에 대하여 피해 학생이 겪는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2차 피해를 방지하며 학교폭력 갈등 상황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학교폭력 신고 일주일 후 분리조치 당한 학생이 등교를 하고 나서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경찰의 아파트 CCTV 판독 결과, 폭행이 이루어졌다고 진술한 엘리베이터에서는 학교폭력을 신고한 학생만 있었답니다. 폭력을 당했다고 한 학생의 부모님은 자녀가 폭력을 당한 증거로 2주 진단서를 학교에 제출하셨는데 말이지요. 결국 허위 신고로 결론이 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학교폭력을 신고한 학생의 부모님은 가해자로 지목한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학교에 사과를 할 수 없다고 했답니다. 학기 초부터 가해자로 지목한 학생이 당신의 자녀를 놀렸고, 신의 자녀는 정말 폭행을 당했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거짓말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고요. 동기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아이들의 문제라기보다 경쟁의 시대를 살아온 학부모님의 왜곡된 자녀사랑에서 비롯된 일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학부모님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없을 것 같습니다.  

 보웬의 가족상담 이론에서는 '사회적 정서과정'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환경이 가족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사회 내의 정서적 과정은 가족 내의 정서적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우리나라의 교육열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지요. 급격한 경제발전에 힘을 실은 경쟁논리는 생존을 위한 과도한 교육열을 불러왔고, 그에 따른 불안이 가정으로, 학교로 유입되었고요. 학교폭력 신고를 한 학부모님도 생존을 위한 방식을 택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 이후, 학부모 민원이 확실히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 아이와는 같은 모둠이 되지 않게 해 달라,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엄마에게 짜증을 내느냐, 쉬는 시간에 선생님은 무얼 하고 있었길래 우리 아이가 바지에 변을 묻혀왔느냐... 민원의 내용이 불과 10여 년 전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쾌해서 복직하길 바란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린 것이 과연 잘한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서른, 가객 김광석은 청춘과는 점점 더 멀어져 간다고 노래했지만 2024년의 서른은 푸르디푸른,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때이지 않을까요? 좋은 들 천천히 둘러보고,  규칙적인 운동도 살살하고, 몸에 좋은 음식도 드시면서 쉼과 회복의 시간을 가지시면 좋을 것 같아요. 복직 전에 다른 일을 찾으신다면 그리로 가보셔도 좋고, 복직 후 또 힘들어지면 그때 이직을 생각해 보셔도 좋고, 뭐든 괜찮다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생각보다 인생이 긴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영혼을 갈아먹는 일이라면 멈추셔도 괜찮습니다. 내 인생의 속도는 내가 정하는 거지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 건 아니잖아요. 부디 건강하고 행복한 서른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작년 동학생선생님들도 그렇고, 제가 경험한 선생님들은 어딜 가도 학생들 이야기가 대부분이더라고요. 가끔은 학생들을 향한 쓴소리도 있지만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님들의 목소리가 커서 그렇지, 대다수의 학부모님들은 교사를 존중하지 않을까요? 저의 착각일까요?


 얼마 전, '어쩌면 다정한 학교'란 책이 출간되었더라고요. 제목이 마음에 확 와닿았습니다. 어쩌면 학교는 다정하기도 한 곳이지 않을까요?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또 시간이 지나면 선생님의 몸도 마음도 아지리라 믿습니다. 어느 곳에 있든지 선생님은 분명 빛나는 존재임을 기억하시길 바래요. 지금까지 정말 애쓰셨습니다. 충분히 쉬셔도 좋아요. 언제든 상담실은 열려있습니다. 생각나시면 들려주세요. 그럼 이만 줄일게요.


*한 줄 요약: 휴직을 연장한 선생님, 부디 건강을 회복하시고 원하는 방향의 길을 잘 선택하실 거예요. 응원합니다!


#라이트라이팅 #라라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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