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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이라고요?

걱정은 빗물에 흘려보냅니다.

by gentle rain

무작정 컴퓨터를 켰습니다. 어떤 글을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뼛속깊이 내려가서 쓰고 싶은데 생각이 머리에서 맴돌기만 합니다. 자판을 치면서도 나는 왜 글을 쓰는지 생각합니다. 사람들에게 읽히는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떤 내용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글을 쓰면 뿌연 생각들이 명료해질 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 내 마음이 왜 불편한지 찬찬히 생각했습니다. 아하... 오늘 점심시간에 동학년선생님과 나눈 얘기가 마음에 남은 것이 주요한 원인입니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김 선생님은 자녀 결혼을 대비하여 자산운영에 대해, 그러니까 집 살 때 얼마를 보태줄지 구체적인 계획을 이야기했습니다. 4억을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4억?"

깜짝 놀라 되물었습니다.


김 선생님 얘기로는 청약에 당첨된 아파트가 몇 년 사이에 3배 가까이 올랐다는 것입니다. 내년에는 학교를 옮길 예정인데 김 선생님 어머님이 사시는 근처로 이사를 갈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그 차액 등을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자산으로 남겨서 아들이 결혼할 때 물려줄 거라고 했습니다. 김 선생님은 더 구체적으로 자산을 어떻게 포트폴리오 할지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모르는 얘기가 대부분이라 그저 듣고만 있었습니다.

"대학교 등록금까지 대주면 끝 아닌가? 난 아무 생각 없는데."

자녀에게 물려줄 재산도 없고, 나도 부모님께 받은 것 없이 결혼생활을 시작했다고 하자 김 선생님은 정색을 하고 제게 말했습니다.

"형, 너무 이상적인 거 아니에요? 우리 때랑 지금이랑 엄청 다르잖아요?"


나이로는 후배지만, 교사경력으로는 훨씬 선배인 김 선생님의 이야기가 퇴근 후에도 마음에 남았습니다. 아내에게 김 선생님과 나눈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제 퇴직을 7년 앞둔 제가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두 아들의 결혼자금을 조금이라도 마련해 줄 수 있을까요?

대학교 1학년 막내가 군대 다녀오고, 졸업을 할 때가 되면 정년퇴직이 코앞입니다.


큰 아들이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바로 아들 이름으로 청약통장을 만들어 매월 10만원씩 자동이체를 했습니다. 막내는 아내가 고3 때부터 시작했고요.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대학등록금과 용돈을 지원하는 것으로 성인이 된 두 아들의 재정적 지원이 끝나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던 것 같습니다.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해서 돈을 모아 수도권에 아파트 전세를 얻으려면 부모의 재정적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김 선생님의 말이 현실적인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처럼 자녀의 결혼 자금을 지원해 줄 수 없어서 자녀가 결혼을 망설이게 된다면 참으로 슬픈 일일 것 같습니다.


자녀에게 다 해주고 싶지만 그런 여력이 못 되는 저를 탓하지는 않으렵니다. 충분히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자녀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고, 성실히, 아끼며 살아왔습니다. 재테크에 문외한이었음에 아쉬움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알아가면 되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재테크에 온 힘을 기울일 생각도 자신도 없습니다. 일상의 감사와 기쁨을 찾아가며 살면 되지 않을까요? 김 선생님의 생각도 존중하면서요.

다만 우리 자녀들은 아빠처럼 경제관념이 없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잘 벌고 잘 나누며 살기를 바라면 욕심일까요?


글을 쓰니 마음이 정리됩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차근차근 경제에 대해 공부하려고 합니다. 정년퇴직까지 7년 남은 기간동안 할 수 있는 것들은 해봐야지요. 그리고 두 아들에게도 얘기해 두었지만 집은 청약통장으로 퉁치는 것으로 하려고 합니다. 다만 조금씩이라도 자녀의 결혼을 위해 저금을 하려고 합니다. 할 수 없는 것에 마음 쓰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으려 합니다.


티베트 속담이라죠?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어지겠네"

걱정은 빗물에 흘려보냅니다. 오늘 밤은 부디 평안히 주무세요. 아무 걱정 없이요.


*한줄요약: 자녀의 결혼자금을 걱정하기 보다 지금이라도 경제를 공부하자.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


#라이트라이팅 #라라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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