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터널, 작은 택배 상자를 실은 오토바이가 앞에서 지나간다. 한 손에 담배를 들고 연기를 내뿜고 달리는 오토바이, 아슬아슬하다. 오늘 본 장면을 챗GPT에 그려달라고 했다. 정교하게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내가 본 장면과 가까워질까? 위의 그림은 세상에 마땅치 않은, 객기가 넘치는, 도도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내가 본 '후줄근한 옷차림', '인생의 무게가 느껴지는', '처진 어깨'... 를 챗GPT가 이해할 수 있을까? 챗GPT와 대화를 멈췄다.
영화, '비트'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터널 안, 두 손을 놓고 오토바이를 타는 주인공, 위험해 보임과 동시에 해방감이 느껴졌다. 청춘의 아이콘이었던 배우의 잘생긴 외모가 한몫했겠지만 따라 해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질 만큼 매력적인 장면이었다.
<영화, 비트 중에서>
그러나 오늘 본 오토바이 씬은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가장의 모습이었다. '건강을 챙겨야 할 텐데'란 생각보다는 '오죽 답답했으면 그럴까?'에 감정이입이 되었다. "나는 한숨을 가리려고 담배를 피워", 절친의 청춘시절 대사가 떠올랐다.
내일, 여름 방학식 날 아침, 교장실에서 위기관리위원회가 열린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지만 늘 부담이 되는 자리다. 나도 모르게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붙이고 나머지 손가락은 접은 채로 입술에 가져다 댔다. 숨을 크게 들이시고, 손가락을 입술에서 뗀 채로 숨을 내뱉었다. 그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불길한 시나리오를 미리 쓰지 않으려 한다. 글에 힘이 있는 것처럼 생각에도 힘이 있으니....
바람이 스쳐가듯, 구름이 흘러가듯 다 지나간다. 앗 이게 웬일인가? 노래가 한 구절 나온다.
핸드폰에 바로 녹음했다. 이게 웬일인가? 무겁던 마음이 훅 가벼워진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