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entle rain Oct 10. 2024

나는 기린을 선택했다.

 상담 대학원 2학 차, 교수님은 칼 구스타프 융의 분석심리학에 이론적 근거를 둔 모래놀이의 다양한 동물 피겨를 원생들에게 보여주셨다. 그중에 한 개를 고르라고 하셨다. 나는 '기린'을 선택했다. 나는 왜 기린을 골랐을까? 기린의 모양, 성격, 상징 등을 핸드폰으로 찾으면서 워크시트를 채워나갔다. 


 기린은 평화로움을 상징한다고 한다. 맹수에게 위협을 받아 쫓길 때는 빠르게 달려 도망갈 수 있지만 생각보다 사납다고 한다.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일단 공격부터 하는 성격으로, 길게 자도 2시간, 주위를 경계하면서 자기 때문에 맹수의 기습도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온순해 보이지만 맹수도 쉽게 건들지 못하는 기린, 나는 기린의 어떤 점을 닮았을까? 기다란 목으로 높은 나무들에서 먹이를 취할 수 있는 기린은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교수님은 원생들이 선택한 피겨가 내게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라고 하셨다. 기린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생명이 없는 피겨임에도 그 눈이 슬퍼 보였다. 내가 마음이 슬픈 건가? 투사가 일어난 걸까? 

 자신의 MBTI 유형과 통합하여 나를 분석하라는 워크시트의 마지막 문제에 답하기가 어려웠다. ENFP유형의 특징은 보통 활기차고 적응력이 뛰어나며 행동에 있어 독창적인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관심사가 다양하고 재미를 원하지만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체계적이지 못한 유형이라고 한다. ENFP인 나의 특징을 잘 말해주고 있다. 다만 내가 적응력이 뛰어난지는 잘 모르겠다. 교수님이 이번 학기 동안 자신이 선택한 피겨를 왜 선택했는지, 그건 어떤 의미인지 분석해 보라고 하셨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면서도 계속 내가 고른 기린 인형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기린일까? 


 글을 쓰면서 정리할 시간을 가져보았다. 기린의 성격과 상징, 그리고 나의 MBTI를 통합하여 나를 분석하면,

평화를 좋아하면서도 맹수도 쉽게 건들지 못하는 강인함을 가지고 있다. 또한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면서도 지루함을 쉽게 느끼며, 목이 길어 눈에 쉽게 띄는 것처럼 나도 여러 사람들 속에 독특한 목소리와 웃음 때문에, 종종 튀는 행동과 옷차림 때문에 눈에 띄는 경향이 있다.

 키워드로 정리하면 평화, 강인함, 적응력, 독창적이라 할 수 있겠다. 너무 좋은 단어들만 고른 걸까? 나를 좋게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다. 

 나는 평화를 추구하면서 강인하며, 적응적이면서 독창적이다. 이질적인 단어의 조합일 수 있지만, 그런들 어떠랴. 나는 기린을 선택했다. 


 "교수님, 제대로 분석한 거 맞나요?^^'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기린 #나는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