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여학생이 또래상담을 신청했습니다. 또래상담 기본교육을 받은 6학년 여학생이 위클래스 개인상담실에서 후배를 만났습니다. 또래상담자 언니는 상담실습 워크시트의 '원무지개'를 활용하여 후배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원: 원하는 게 뭐니?
무: 무엇을 해봤니?
지: 지금부터 무엇을 할까?
계: 계획을 세워보자
후배는 또래상담자 언니의 질문에 예뻐지고, 마르고 싶다고 했습니다. 엄마한테 화장품을 사달라고 해봤고 과일을 많이 먹어보았다고 했습니다. 초통령이라 불리는 '아이브', 10대들로 구성된 '뉴진스'의 춤을 따라 추는 후배에게 언니는 선크림, 립밤을 발라보는 건 어떻겠냐고 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고민을 나눈 동생은 언니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교실로 돌아갔습니다.
두 학생의 대화내용을 정리하다가 오래전 전 분장을 받던 제가 떠올랐습니다. 재미 삼아 본 뮤지컬 배우 오디션에 덜컥 붙어 회사를 관둔 29살 왕초보 배우에게 분장사는 말했습니다.
"저기 형 보이죠? 쌍꺼풀 했어요. 그 뒤에 분장받고 있는 선배님도요. 배우는 눈으로 말한다잖아요? 쌍꺼풀 수술해 보는 거 어때요? 이쪽 생활 오래 하려면 눈이 큰 게 좋지."
난생처음 무대에 서게 된 저는 분장을 받으며 그 뒷말을 이어서 들어야 했습니다.
"자기는 분장하기 어려워. 눈썹이 처져서 하이라이트로 지우고 새로 다 그려야 되니까. 자기는 솔직히 니마이과는 아니잖아? 쌈마이과라기엔 좀 그렇지만 윤문식선생님 찾아뵙고 그 뒤를 잇는 배우가 되면 어떨까? ㅋㅋㅋㅋ"
쌈마이가 뭔지. 니마이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느낌적으로 니마이가 더 좋은 것 같았습니다. 어원의 유래를 찾아보았습니다.
일본의 전통연극 중 하나인 가부키에서는 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연기자 이름이 적힌 종이를 한 장씩 넘기면서 소개를 한다고 합니다. 가장 첫 장에는 여주인공의 이름이, 두 번째 장에는 남자주인공이, 세 번째 장에는 조연배우의 이름이 적혀있다고 합니다. 조연배우가 적혀있는 세 번째 페이지를 삼마이메라고 해서 쌈마이가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쌈마이는 질이 낮거나 싸구려란 뜻으로, 니마이는 질이 좋고 멋지다는 뜻으로 통한다고 합니다. 배우들을 대상으로 이야기하자면 쌈마이는 조연급의 배우, 니마이는 주연급의 배우를 뜻한다고 할 수 있지요.
분장사의 말에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지만 눈이 크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분장사는 매번 아이라인을 두껍게 그려주었습니다. 그렇다고 눈이 커 보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뮤지컬을 단순히 재미 삼아해서는 계속할 수 없음을 세 개의 작품을 한 후 절감했습니다. 이후 다시 평범한 사회인으로 돌아왔습니다. 분장사 말대로 쌍꺼풀 수술을 했더라도 니마이가 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때의 경험이 제 삶을 풍요롭게 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오늘 찾아온 3학년 여학생을 다음에 만나면 응원의 게시판에 앉히고 응원의 문구를 소중히 읽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