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entle rain Oct 14. 2024

'소년이 온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상상도 못 했던 기쁜 일이다. 


 노벨문학상 소식을 들은 대학교 1학년, 막내가 고등학교 때 학교 필독서였던 '소년이 온다'를 재밌게 읽었다고 했다. 막내에게 밤늦게 책을 받고, 받침 대에 책을 펼쳐놓고 잠이 들었다. 꿀단지의 꿀을 다음 날 먹으려고 잘 놓아둔 곰돌이 푸처럼 말이다. 한강 작가의 책 중 예전에 '채식주의자'를 읽고, 영화로도 봤었다. 어렵고, 무겁던 느낌이 기억나는데 막내가 술술 읽혔다고 하니 기대가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을 햇살을 받으며 단숨에 책을 읽어버렸다. 도입부에 표현된 '너'는 누구인지, '너'라고 부르는 이는 누구인지 궁금했다. 그들이 누구인지 알게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는 당시 대학생이었던 형의 영향으로 어렴풋이 군부독재와 5.18을 알게 되었다.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일기장에 썼다. 교감선생님이 교실로 찾아왔고, 교무실로 끌려갔다. 다짜고짜 수차례 내 뺨을 때리며, '너네 형 빨갱이 새끼냐?' 물었던 교감. 나는 시뻘게진 뺨을 두 손으로 감싸고 교실로 들어와 숨죽여 무서워했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선배들이 몰래 틀어주던 5.18 광주민주화 영상을 보았다. 참혹했다. 내가 그때 광주에 있었다면 나는 지금도 살아 있을까? 

 1980년 서울, 당시 6학년이었던 나는 그때 학교에서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었다. 우리 학년에서 유명했던 예쁜 여학생들이 교무실에서 교감 선생님의 무릎에 앉아 있었고, 교감선생님은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그때는 그런 일이 있었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아들을 잃은 동호 어머니는 처절한 아픔을, 핏빛 그리움을 애달픈 전라도 사투리로 토해낸다. 눈물이 참아지지 않았다. 어머니만 나오면 여전히 나는 눈물이 맺힌다. 


 책의 마지막 장 다음에 나오는 에필로그에 가서야  5.18 민주화운동 때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는 소설 속 주인공, 소년의 형을 실제로 만나고, 아무도 동호를 더 이상 모독하지 못하도록 잘 써달라고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검색창을 열고 소년을 따라가 보니 소년은 한강작가의 아버지, 한승원 소설가의 제자이기도 했다고 한다. 계엄군의 총탄에 친구를 읽고, 전남도청에서 시신을 염하고, 썩는 냄새를 없애려 음료수 병에 꽃은 양초에 불을 붙이던 소년. 그 불빛에 소년이 얼굴이 보이는 것만 같다. 


 까맣게 잊고 살았다.   

모두가 알아야만 하는 이야기이기에 노벨상을 받아야 했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소년이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