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아랫 서랍 깊이 숨겨둔 금궤를 찾았다. 3KG은 될 것 같은 무게. 몇 개를 넣어야 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2개만 가방에 넣었다. 가방 멘 밑에 5만원 지폐 100장, 그 위로 옷가지 몇 장 넣었는데 가방이 꽉 찼다. 목이 말랐다. 손이 떨렸다. 빨리 여기를 떠나야 했다. 누가 전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사태가 급박하다. 언제 다시 집에 돌아올 수 있을까? 서둘러 가족이 있는 약속장소를 향해 뛰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잠이 깼다. 꿈이었다. 불안과 긴장으로 차올랐던 호흡이 '휴....' 길게 뱉어졌다. 물을 마시러 방을 나섰다. 새벽 2시 반. 잠든 지 3시간 만에 깼다. 물을 끓여 머그컵에 넣은 꿀캐모마일티백을 적셨다. 물이 차올랐다. 피어오르는 수증기가 코로 들어왔다. 온기가 온몸으로 퍼졌다. 따뜻한 차가 기도를 넘어가며 얼었던 몸을 녹인다.
그제야 왜 이런 꿈을 꾸었을지 생각해 본다.
3주 후에 아내의 수술이 있다. 로봇수술이지만 개복이 있을 수 있는 전신마취를 하는 수술. 불안했던 것 같다. 무의식이 먼저 알아챘다. 전쟁 발발의 상황만큼 불안했던 모양이다. 안전히, 무사히 수술이 되고 온전히, 완전히 회복하길 간절히 기도한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