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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야, 손 꼭 잡고 함께 걷자!

그 손...

by gentle rain

첫 학교에서 근무한 지 3년째 되던 해에 멋진 운동장이 생겼다. 초록색 잔디 구장을 빨간색 육상트랙이 둘러쌌다. 공사 중에 실내체육관만 이용했던 아이들이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뛰어다녔다.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님들과 선생님들까지 학교 전체가 신났다. 전교생의 1교시 수업은 노래에 맞춰 빨간색 운동장 트랙 신나게 걷기가 되었다.

그해 우리 반에는 문수가 있었다. 검은 눈망울에 큰 눈, 갈색 곱슬머리, 한 음절도 말하기 힘들어했던 유난히 작은 키의 문수는 미숙아로 태어났다. 문수는 부모님 얼굴을 모른다. 문수는 태어나자마자 여러 번 장 수술을 받았다. 학교 옆 요양원에서 함께 사는 선배 형이 문수를 매일 학교에 데려다주었다. 특수학교를 졸업한 선배 형도 종종 2학년 교실에서 함께 수업을 받았다.


반 친구들은 혼자서 걸었지만 문수는 도움이 필요했다. 내 손을 잡고 걸었다. 운동장을 걷던 첫날에는 운동장을 반 바퀴 돌더니 주저앉았다. 매일 조금씩 거리를 늘려갔다. 한 학기가 지나자 1교시 내내 걸을 수 있었다. 여름방학이 지나고 교정의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 가던 어는 날, 문수가 살던 요양원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문수가 하늘나라로 갔다고...


주말에 문수는 요양원으로 자원봉사를 오신 기사님들과 한강으로 야외 나들이를 갔다. 기사님들이 준비한 간식을 과식한 문수는 그날 밤 응급실에 실려 갔다. 밤새 토하기를 반복하다 깨어나지 못했다. 다음 날 나는 운구차 뒷자리의 관 옆에 앉은 채로 장례식장으로 갔다. 가족이 없는 문수의 영정사진을 가슴에 안고 걸었다. 문수의 아빠가 된 것처럼 화장을 마치기까지 모든 장례일정을 마쳤다.


다음 날 바로 학교로 출근했다. 문수가 앉았던 자리에 계속 시선이 갔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이 지났다. 밥을 먹으면 바로 배가 아팠다. 잠을 설쳤다. 몸무게가 10kg 빠졌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무너져갔다. 교회에서 예배 도중에 눈을 감았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지수야, 내가 네 손을 꼭 잡고 빨간색 운동장 트랙을 걸었다. “ 뜨거운 눈물이 흘러나왔다. 아, 예수님. 그분이었다. 내가 잡은 문수의 손은 못 자국 난 예수님의 손이었다. 변장한 예수님이었다.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 변화가 시작되었다.

문수야,
손 꼭 잡고 함께 걷자!

예수님!

제 손 꼭 잡은 예수님 따라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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