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온라인 모임에서 한 선생님이 요즘에 숨이 잘 쉬어지는 않는다고 했다. 내과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다른 과로 가보라고 했다고 한다. 회사 일로 스트레스가 많아졌는데 그것이 원인인 것 같다고 했다. 나도 10년 전에 경험한 일이여서인지 그 고통이 전해졌다. 카톡 방에 내가 경험한 증상과 치료 과정, 그리고 위로의 마음을 답글로 적었다.
"지금은 괜찮으신 거지요?
저도 그와 같은 증상으로 10년 전에 병원에 갔어요.
저는 정신건강과 의학과 교수님께 진료받았어요.
진료받을 때 의사 선생님이 저에게
"하나님의 관심은 지수 씨가 근무하는 학교의 변화가 아니라
지수 씨가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하나님께 반응하는가에요.
하나님은 지수 씨 한 사람에게 관심이 있으세요" 이렇게 얘기하시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장로님이시고, 우리나라 불안장애의 대가시더라고요.
6개월 동안 약을 먹으면서 집 근처를 많이 걸었고요.
이후에는 증상이 없어지면서 의사 선생님이 약 처방이 필요 없다고 하셨어요.
이후에 저와 같은 증상으로 어려움이 있는 동료나 후배의 이야기를
듣게 될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제 경험을 나누었는데
힘이 된다고들 하더라고요.
아주 가끔 예전보다는 약하게 숨쉬기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요.
그때는 눈을 감고 큰 호흡을 해요.
내 몸의 증상이 이렇구나 알아차리면서 천천히 기도해요. "
10년 전 새로 개교하는 학교로 옮겼다.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 새로운 학교로 가기로 마음먹은 것은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매너리즘에 빠지고 있다는 자각에서 시작되었다. 새로운 곳에서 또 다른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개교를 코앞에 두고 리더십의 변화가 생겼다. 교육철학의 급격한 변화와 업무의 과부하가 뒤를 이었다. 나의 꿈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예전의 학교로 다시 가고 싶었다.
한 학기가 지나면서 숨이 쉬어지지 않고, 학교에 도착하면 구토가 나왔다. 자다가도 벌떡 깨기를 수차례. 계속되는 컨디션의 저하로 생각했다. 그러던 중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가정의학과 의사인 형에게 도움을 청했다. 한 달이 지나도 차도가 없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게 되었다. 진단명은 '공황장애'. 다행히도 곧 여름방학을 맞이했고, 기적과도 같은 만남과 쉼을 통해 나의 건강은 빠르게 회복되었다.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고전 12:9)
답글을 읽은 선생님이 큰 힘이 되었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감사했다. 나의 연약함을 드러내며 회복의 씨앗을 심는 자가 되고 싶다. '공황'이란 말 뒤에 '장애'가 붙는다. 두 단어가 다소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진다는 것이다. 무더위로 잠이 오지 않는 밤. 애써 잠 자려 하기보다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기 위한 축복의 통로인 나의 약함을 눈을 감고 천천히 찾아보려고 한다.
오늘 밤 왠지 잠이 잘 올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