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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방귀 뀌었니?"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서 방귀 뀐 사람 누구?

by gentle rain

대학 졸업 후 직장에 다니면서 주말이면 공연을 보러 대학로에 자주 갔다. 그날도 공연을 보러 갔다가 전봇대에 붙어 있는 뮤지컬 배우 오디션 포스터를 보았다. 재미 삼아 본 오디션에 덜컥 합격. 회사에 사표를 내고 연습실로 출근했다.


공연 준비로 하루 종일 노래하고 춤췄다. 예수님의 12제자 중 한 명으로, 군중의 한 명으로 역할을 연습하며 행복했다. 당시 연출가는 미국인이었는데 혼자 안경을 쓰고 연습을 하는 나를 보고는 세리였던 마태가 어울릴 것 같다고 하며 안경을 쓰고 공연을 해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줄 때 통역이 되기 전에 반응했던 내가 눈에 띄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배우들은 연극 영화가 출신이거나 무대 경험이 있었다. 완전 초짜였던 나는 무대에 언제 등장해야 하는지, 어디로 등장하고 퇴장을 해야 하는지, 노래는 어떤 분위기로 불러야 하는지 악보에 빼곡히 적었다.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새롭고 신나는 경험에 가슴이 뛰었다. 공식적인 연습이 끝난 후에도 남아있는 몇 명의 배우들과 함께 연습했다. 길거리를 걸으면서도 이어폰에서 흐르는 뮤지컬 음악에 맞춰 노래하고 춤췄다. 29. 나는 마지막 이십 대를 그렇게 불살랐던 것 같다.


모든 배우들이 가발 없이, 분장을 하지 않은 채 무대의상만 입은 채로 연습을 했고, 공연도 그렇게 올리는 것으로 했다. 그러나 공연을 하루 앞둔 날 연출가는 미리 예정된 일정대로 미국으로 돌아갔고 극단의 연출가는 분장팀에게 모든 배우들이 분장을 하고 가발을 쓰도록 지시했다. 나도 안경 대신 렌즈를 쓰고 리허설을 했다. 공연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쉬운 부분이다.


1997년 12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막이 오르고 순조롭게 공연이 진행되었다. 예수님 역은 브로드웨이 출신의 미국인 배우가, 유다 역에는 가수 윤도현이, 마리아역에는 뮤지컬의 원조라고 불리는 윤복희 권사님이 맡았다. 우리는 가수 윤복희 씨를 그렇게 불렀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도를 하고 시작했다.


그날 공연에서도

"큰 시련과 고난의 날 지나~" 제자 역할의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며 경사진 무대에 둥그렇게 자리를 잡았다. "~화평하게 밤은 아침이 오네" 노래를 마치며 제자 역할의 배우들은 각자가 서 있던 자리에서 누워 잠이 드는 연기를 했다. 나도 무대 한자리에 누웠다. 핀 조명이 무대 앞을 비추며 예수님이 등장했다. 그 유명한 '겟세마네' 뮤지컬 넘버가 시작되었다.


"무릎 꿇고 기도합니다. 이 독 잔을 거두소서~" 관객과 가까운 무대 앞에 선 예수님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갑자기 배에 가스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참아야 해'

예수님은 간절히 기도하고, 제자들은 잠이 든 채 누워 있어야 했던 장면. 예수님의 독창은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고 있었다.


아뿔싸... 방귀가 나왔다. 조심스러운 방귀 소리와 함께 냄새가 무대로 퍼지기 시작했나 보다. '으윽..'웃음을 참는 신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몇 명의 제자들의 어깨가 들썩였다. 다행히 제자들의 무선마이크는 모두 꺼져 있었고, 예수님의 '겟세마네' 독창은 무사히 끝났다. 무대가 암전 되고 막이 바뀌는 사이에 제자 역할의 배우들이 묻기 시작했다 "누가 방귀 뀌었어?"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다음 장면을 위해 얼른 무대 의상을 갈아입었다. 아무 일 없었던 듯 배우들은 공연에 집중했고 무사히 막은 내려졌다.


"제가 방귀 뀌었어요ㅜㅜ" 이제야 고백합니다.


나의 방귀는 결혼을 앞두고 또 한 번의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다음 편에 방귀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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