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니 어쩌면 모레일 지도
오랜만이에요. 브런치씨.
매일 당신에게 글을 쓴다고 다짐을 하자마자 곧 당신을 잊었네요.
미안해요.
당신에게 썼던 너무도 어설펐던 글들을 묶어 브런치북을 발간한 후 알게 되었어요.
나는 브런치씨보다 독자들의 '좋아요'를 더 좋아했다는 것을요.
브런치씨.
앞으로 당신에게 어떤 글을 쓸지는 모르겠어요.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약속할 수 있어요.
한 사람을 위한 글부터 시작할 거라는 거예요.
그 독자는 바로 '나'에요.
영화, 위대한 쇼맨' ost 중에서 'This is me' 란 노래 알죠?
노래 가사 중에 이런 가사가 있더라고요.
'I'm marching on to the beat I drum (그래요. 난 드럼 박자에 맞춰 나아갈 거예요. )
밤이라서 그럴까요? 감성적인, 아니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내 심장박동이 울리는 한 멈추지 않고 나아갈 거예요.
다음 가사는 이렇게 이어져요.
I'm not scared to be seen. (난 남들에게 보여지는게 두렵지 않아요.)
가사와는 반대로 나는 남들에게 보여지는 걸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좋아요'가 적으면 어때요?
안 그래요? 브런치씨!
브런치씨.
최근엔 이런 일이 있었어요.
상담실에 찾아온 학생이 저랑 얘기하면서 계속 '음'하고 대답을 해서
"선생님에게 답할 때는 '음'대신에 '네'라고 하면 좋겠다"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저에게 뭐라는 줄 아세요?
"선생님 귀가 먹어서 그런 거에요. 나는 한 번도 '음'이라고 한 적 없어요"
그래서 제가 "선생님 귀가 먹었다고 생각하니?"라고 물었더니
제게 이렇게 대답했어요.
"응"...
브런치씨.
제가 이 야밤에 무얼 하고 있는 건가요?ㅋㅋ
그런데 브런치씨에게 이런 얘기를 하니까 마음이 후련해지네요.
미안해요. 별 싱거운 이야기를 당신에게 해서요.
그런데, 브런치씨
이렇게 당신과 이런 이야기를 나눠도 괜찮죠?^^
브런치씨
아들은 수능을 편안한 마음으로 잘 보았어요.
담임선생님하고 진학상담도 잘했고요.
아들은 고 3이 되면서 원하는 과를 확실히 정했고, 처음부터 정시만 쓸 생각이었어요.
이제 기도하면서 정시 지원 날짜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동안 브런치씨 덕분에 제 마음도 챙겨가면서 올 한 해를 지냈던 것 같아요.
고마워요.
앞으로 더 자주(제 바람은 매일)
브런치씨에게 글을 쓰려고요.
제가 독자가 되어 다시 시작할게요.
언젠가 브런치북을 발간하면
저 외에도 독자들이 생길 수 있도록
더 많이 생각하고, 경험하고, 글을 쓰고, 또 고치고 하려고 해요.
브런치씨.
시간이 참 빠르죠?
내년이면 제가 우리나라 나이로 54이에요.
오 마이 갓!
마음은 청춘인데 말이에요.
몸도 마음처럼 청춘일 수는 없겠지만 건강을 위해서라도 운동을 꼭 하려고 해요.
오늘 저는 오랜만에 홈트를 했어요.
잘했죠? ㅋㅋ
아내는 먼저 잠이 들었고
첫째는 수능이 끝나고 산 핸드폰을 하고 있는 것 같고.
둘째는 방문을 열고 수학 문제를 풀고 있네요.
이 고용한 겨울밤이 좋네요.
이제 조용히 말씀을 읽고, 1년이 다 되어 가는 감사톡을 후배들에게 보내고 코 자야겠어요.
브런치씨
고마워요. 내 넋두리를 들어줘서요.
내일. 어쩌면 모레일 지도 ㅋ
다시 만나요~
* 영화 위대한 쇼맨 중 'This is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