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밤 되셔요!
어젯밤과 오늘 아침, 한 사람에게서 각기 다른 답변을 들었다. 그리고 오늘 오후 두 개의 기관에서 서로 상대편 기관이 해야 할 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잠시 큰 숨을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뱉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한 것 같다.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기로 마음을 먹자 어두워진 마음에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래 수고했다. 잘했다." 내 마음이 들으라고 혼잣말을 했다.
'입장이 서로 다른 거겠지. '
'화를 내서 해결될 일이 아닌 걸. '
'내가 할 바는 다했으니 잘한 거야.'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화를 내지 않고, 내 생각과 바람을 최선을 다해 전달한 걸'
어수선했던 일들이 지나가고, 인근 학교의 선생님이 상담실을 방문했다. 추운 길을 뚫고 찾아온 선생님에게 따뜻한 커피를 내드렸다. 선생님은 우리 학교 상담실의 연두색과 노란색 가구들, 나무 벽면과 격려 게시판 등 전체적인 분위기가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고 하셨다.
상담실을 찾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각 학교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지, 학부모님과는 어떻게 상담하는지. 많은 이야기를 풍성하게 나누었다.
퇴근을 하여 손을 닦고 저녁 식탁에 앉았다. 오늘 힘들었던 일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아내가 내 마음을 알아챈 듯 청양고추를 넣은 홍합탕을 준비했다. 뜨근하고 매콤한 맛에 피로가 녹아들었다. 문득 20여 년 전, 무대에서 불렀던 노래가 생각났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촛대를 훔친 장발장에게 신부가 불렀던 그 노래.
"어서 들어오세요. 몹시 지치셨군요. 집은 누추하지만 편안하게 쉬세요."
코로나19로 모두가 지쳐가는 듯한 요즘이다. 학교 아이들과 선생님들도 예외가 아니다. 나는 어떤가? 방학을 일주일 남겨두고 있지만 아직 버틸 힘이 있다. 레미제라블의 신부는 아니지만 내가 머물고 있는 학교 상담실에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어서 들어오세요. 몹시 지치셨군요. 이곳은 누추할지도 모르지만 편안하게 쉬세요."
정시로만 대입을 준비한 아들. 이제 곧 정시 접수다. 다소 긴장하고 있을 것 같은 아들에게 내가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복직을 앞두고 있는 아내에게 평안을 줄 수 있는 남편이었으면 좋겠다. 내일 저녁에는 아내를 꼭 안고 이렇게 말해야지. "맛있는 저녁 고마워요. 내가 설거지 할게요. 푹 쉬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