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대환장 환전 대작전 2
아르헨티나 대환장 환전 대작전 1 에 이어…
인파 속에 숨어 있는 깜비오들을 구별해낸다. 단,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어리숙한 티를 내면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환전을 한 외국인들은 쉽게 범죄의 대상이 된다. 쇼핑하는 척 자연스럽게 걸으며 숨어 있는 깜비오들을 구별해내야 한다.
깜비오-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온다. '깜비오- 깜비오-' 분명히 소리는 들리는데 돌아보면 길을 가는 사람들뿐이다. 대체 깜비오들은 어디에 있으며, 어디서 소리가 나는가. 이거 내가 뭔 궁예도 아니고 어떻게 깜비오를 찾아낸담? 그렇게 플로리다 거리를 세 바퀴쯤 돌았을 때야 비로소 숨어 있는 깜비오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행인인 척하고 복화술로 '깜비오-'를 외치며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나름의 공통점이 있었는데, 핸드폰을 하는 척하며 관광객들이 있는지 매의 눈으로 쓰윽- 살피곤 다신 시치미를 뗀 채 핸드폰을 하는 척했다.
발견한 깜비오들은 총 3명. 할아버지, 아줌마, 청년. 각각 다가가 시세를 물었다. 당시 평균 암 환전 시세는 1달러당 15.8 페소. 그들이 부른 시세는 15.7 혹은 15.8. 나쁘지 않다. 터무니없이 높은 시세를 부르는 사람은 과감히 패스하고, 낮은 시세를 부르는 사람도 패스하고, 적당한 시세를 부르는 사람 중에 골라야 한다. 이 중에 누구에게 환전할까 다시 한 바퀴를 돌며 이들의 눈빛을 살폈다. 탁한 눈빛을 가진 이들은 패스하고... 눈빛이 괜찮은 이는 청년이었다. 가로수 밑, 직접 짠 레몬주스를 파는 리어카 옆에 앉아 있던 청년. 우리는 그 청년에게 다가갔다. 사전에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에 따르면 15.9에도 환전을 했다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는 그에게 16을 불렀다. 그는 500달러 이상이면 해 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각각 200달러씩만 바꿀 계획이었으므로, 400달러에 15.9로 타결을 봤다. ‘가장 높은 시세를 불렀는데 괜찮겠지?’ 높은 환율 앞에 경계심도 풀어져 버렸다(미쳤다). 우리가 오케이를 외치니 따라오라고 하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가 당도한 곳은 스무 걸음 앞에 있는 한 건물 입구였다. 입구에 있는 벨을 누르자 인터폰이 연결됐다. 남자가 말을 하자 이내 문이 열렸다. 우리가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남자는 문을 닫았다. 문이 잠기는 소리가 났다. 해맑과 나는 조금씩 공포심이 올라왔다. 그는 사무실이 2층에 있다며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여닫이문을 열면 철제로 된 주름식 미닫이문이 또 있고, 나무로 된 공간이 나오는 구 소련식 엘리베이터였다. 한 사람이 타도 꽉 차는 엘리베이터에 꾸역꾸역 셋이 올라타서 층수를 누르니, 밑으로 추락할 듯이 덜-컹 하고는 올라갔다. 1층에서 2층까지 올라가는 그 짧은 순간 동안 청년이 우리를 찌르고 돈을 뺏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다시 덜-컹 하며 2층에 멈췄다. 다행히 청년은 친절하게 문을 열어준다. 우리를 뒤따라 내린 그가 다시 안내하듯 앞으로 걸었다. 건물의 복도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고, 꺾어지는 곳에 경찰관 한 명이 앉아 있었다. 경찰관은 무심한 듯 우리를 쳐다봤다. 나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가 이내 눈을 돌렸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 청년에게 위협을 받으면 이 경찰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데, 어쩐지 청년보다 경찰이 더 무서웠다.
그는 복도를 꺾어 맨 끝에 있는 문 앞에 섰다. 두세 걸음 차이로 우리도 도착했다. 그는 손으로 문을 세 번 두드렸다. 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가 대답하자 문이 열렸다. 그는 곧바로 오른쪽에 있는 문을 또 열고 우리에게 들어가라고 했다. 우리는 무언가에 이끌린 듯 방으로 들어갔다. 청년이 바깥에서 문을 닫았다. 둘이 바짝 붙어 서야 하는 작은 공간이었다. 우리 앞에는 방범 유리창이 있었고 허리쯤 오는 곳에 조그마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방범 유리창 너머로는 네다섯 평 정도 되는 공간이 있었는데, 그 안에서 청년의 나이와 비슷한 또래 서넛이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긴장으로 경직되어 서 있는 우리와는 달리 유리창 너머에서 나른하게 TV를 보고 있는 그들의 풍경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그중, 한 여자가 일어나서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녀가 보는 가운데 100달러짜리 네 장을 세어 구멍으로 넣었다. 그녀는 돈을 받고 한 장 한 장 손가락으로 튕기며 세어보았다. 남자가 그녀에게 우리에게 제시한 가격을 말하자, 그녀가 6,360페소를 건네주었다. 1000페소, 500페소, 100페소, 50페소, 20페소, 10페소까지 권종을 섞어주는 바람에 정확한 금액이 맞는지 바로 세어보기가 힘들었다. 위조지폐 인지도 확인해봐야 하는데 한 장 한 장 들여다볼 시간은 더욱이 없었다. 일단 해맑과 내가 돈을 반씩 나눠 가지기로 하고, 그 자리에서 돈을 나눴다. 액수가 많아 둘로 나누는데도 생각보다 한참 걸렸다. 우리를 데려온 청년과 여자가 우리를 계속해서 주시했다. 빨리 나가라고 뭐라고 하진 않을까 싶었는데 거리에서 나누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았다.
우리가 다 정리된 듯하자, 청년이 바깥에서 문을 열어주었다. 아마도 안에서는 문이 열리지 않는 구조인 것 같았다. 들어온 그대로 다시 돌아나갔다. 복도에 있는 경찰의 눈빛은 여전히 무심했다. 청년과 함께 다시 엘리베이터에 끼여 탔다. 우리의 긴장을 느껴서인지, 별 탈 없이 환전이 끝나서인지, 청년은 우리에게 말을 붙였다.
"엘리베이터가 너무 좁죠?"
이 어색하고 무심한 대화는 무엇인가. 갑자기 칼을 꺼내 우리 옆구리에 들이미는 건 아니겠지? 만약에 그런다면 갇힌 엘리베이터, 갇힌 건물 안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별의별 상상이 1초 만에 머릿속을 스쳤고, 우리는 대답 대신 어색하게 웃었다.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춰 서자 그가 철제문을 열어주었다. 건물 입구에 있는 문은 역시 안에서도 비밀번호를 눌러야 열리는 것이었다. 청년이 비번을 누르고 문을 열자, 플로리다 거리의 환한 빛이 눈앞에 쏟아졌다. 청년은 손을 들어 인사하곤 다시 레몬주스 리어카 옆에 자리를 잡았다. 핸드폰을 보고 있는 척, 사람들을 살피지 않으며 외쳤다.
깜비오- 깜비오-
우리는 재빠르게 플로리다 거리를 빠져나왔다.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어려울 것 같았던 암 환전 미션이 성공적으로 끝난 순간이었다. 몇 블록 떨어져 있는 스타벅스까지 가서 자리에 앉고 나서야 우리는 한숨을 돌렸다. 한 번 성공하고 나니, 이제 깜비오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 올라와서 오빠에게 너스레까지 떨었다.
"괜찮네~ 별로 안 위험하네~ 역시 사람은 눈빛이 제일 중요해. 다른 깜비오들은 눈빛이 다 탁하고 시꺼멓더라고~ 근데 그 레몬 청년만 눈빛이 초롱초롱했거든. 음, 난 정직한 사람이야! 이런 눈빛! 이제 저 레몬 청년에게 계속 환전하면 되겠다! 됐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환전할 때 주의할 것!>>
01. 공항에서 택시비+a 조금의 여윳돈을 환전할 것
02. 암 환전을 하려면 플로리다 거리로!
03. 공식환율과 암 환율이 크게 차이 나지 않을 때는 안전한 공항 환전소나 은행 등에서 환전할 것.
04. 환율시세를 잘 알아보고 갈 것.
-아르헨티나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환율의 편차가 큰 편. 내가 여행했을 당시 시세는 1달러당 15.8 페소가 평균이었으나, 2021년 현재 환율은 달러당 평균 35페소라고 하니... 2년 만에 또 환율이 2배 넘게 오른 것이다. 아르헨티나를 여행할 땐, 당시의 환율 시세를 잘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시세는 남미 여행 카페에서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다.
05. 아르헨티나의 다른 지방 소도시를 갈 계획이라면 환전소를 더 꼼꼼히 체크할 것!
-지방 소도시에는 환전소가 잘 없거나, 환율이 비싸다. 환전 계획을 잘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급하게 환전을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당황하지 말고 맥도널드로 가자. 간혹 맥도널드에서 환전을 해 주는 경우도 있다!
06. 되도록 그 자리에서 금액과 위조지폐가 아닌지 확인해 볼 것.
-달러를 건넬 때는 밑장 빼기를 당할 수도 있으니, 달러를 넘길 때도 꼭 환전상이 보는 앞에서 정확히 세어서 건네는 것이 좋다. 또한 간혹 위조지폐를 섞어서 주기도 한다. 가능하면 그 자리에서 지폐와 금액을 확인해볼 것. 공항 환전소에서도 금액 사기를 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금액은 꼭 바로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07. 100달러 단위로 환전하는 것이 환율이 좋다.
-100달러짜리 지폐일 경우 더 좋은 환율을 받을 수 있고, 되도록 한 번에 많이 바꾸는 것이 좋다. 하지만 너무 많은 돈을 바꾸게 되면 표적이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할 것.
08. 길거리에서 돈 세는 행위는 금지!
-바로 소매치기 표적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