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웨스트민스터 테러
도시의 어둠에 갇힌 밤.
길어질 밤을 달래는 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쏟아지는 TV 뿐이었다.
이곳이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호텔의 사정으로 채널이 안 나오는 것인지
몇 개의 채널을 돌려보아도
보이는 건 계속 뉴스 화면이었다.
보는 것도, 그렇다고 보지 않는 것도 아닌 상태로
TV를 틀어놓았다가
뜻밖의 화면에 우리는 멈칫했다.
그곳은 어제 우리가 있었던
웨스트민스터 브릿지였다.
테러였다.
별안간 차가 인도를 덮쳤다고 했다.
40명이 넘게 다치고 테러리스트를 포함해
5명이 죽었다.
테러리스트는 한 명이었다.
스스로 행한, 외로운 늑대 테러였다.
그곳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빅벤이 런던을 모두 내려다보고 템즈강이 흐르며
건너편엔 런던아이가 하늘을 떠오르는
아름다운 곳이었으나
지옥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범행은 1분 30초도 채 되지 않았다.
그곳에 있는 듯이 정신이 아득하였다.
그곳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우리는 테러가 일어난 날 하루 전, 그곳에 있었다.
런던아이를 타고 내려와 반짝이는 템즈강을 보며
웨스트민스터 브릿지를 건너
빅벤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넘어왔다.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있던 그 시간에,
테러가 일어난 것이다.
우리가 그곳에 있었던 24시간 뒤에.
일정이 하루만 더 늦었더라면
우리에게 닥쳤을지도 모르는 끔찍한 일이었다.
삶과 죽음이 종이의 앞 뒷장에 적힌 것 같았다.
서둘러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다.
괜찮다고, 무사하다고, 안심하라고, 걱정 말라고.
안부를 전하면서도
온전한 안부를 전하지 못할,
온전하지 않은 안부조차 전하지 못할 사람들의 안부가
목구멍을 꽈악 틀어막았다.
우리가 어제 있었던 그곳은
며칠 만에 맑게 개여,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런 곳이었다.
2017년 런던 웨스트민스터 테러
2005년 런던 지하철 폭탄 테러에 이어 런던에서 두 번째로 발생한 테러사건.
현지 시간을 기준으로 2017년 3월 22일 대낮에 런던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일어난 테러.
범인은 차를 타고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건너다 인도를 향해 돌진해 시민들을 공격했고, 차에서 내려 런던 경찰까지 공격했다. 이 때문에 테러범 포함 5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쳤다. 사상자들은 런던 시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많았는데, 다친 사람들 중 한국인 피해자도 있었다.
범인은 현장에서 사살되었다.
런던 웨스트민스터 테러 사건 피해자 분들과 유가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더 이상 그 어떤 테러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