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을 내려놓을 수 있는 관계
살아오면서 기브 앤 테이크는 인간관계의 기본이라 생각했다. 받은 만큼 베풀자. 내가 베푼 만큼 돌아오지 않는다면 또 베풀지 말자. 개인이 가진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하다 생각한다. 만약 이게 계산적이라 생각한다면, 반대로 본인을 먼저 베푸는 입장이 아니라 받는 입장으로 포지셔닝하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나는 이십 대에는 기브 앤 테이크의 태도로 살아도 주변인들에게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다. 그런데 삼십대로 들어오면서 조금씩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기준이 각박해진 걸 수도 있고, 혹은 실제로 주변인들이 아껴서 생긴 경우도 있다. 다들 나이 들면서 살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물론 그건 나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애인을 만나고 애인의 주변인들까지 인간관계에 두고 나서 느낀 점이 있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서 기버인 사람은 없었구나.
그래서 나도 모르게 손해보지 않으려고 방어적으로 많이 변한 상태이구나.
계산하지 않고 서로 마음껏 베풀 수 있는 관계는 정말 좋은 거구나.
손해 볼까 걱정할 일 없이 그저 관계를 즐기기만 할 수가 있구나.
오늘도 어떤 지인과의 기 빨리는 경험을 하고 나서 미디어를 보다가 재밌는 걸 보게 되었다. 사람을 기버(Giver), 매처(Matcher), 테이커(Taker)로 나누는 것이다. 각각에 대한 설명과 주관적이 해석이 있는데 아래에 써 보겠다.
(1) 기버(Giver)
이들은 먼저 베푸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다. 타인을 도와주는 일에 순수한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장녀와 장남이 기버에 속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다. 물론 사람마다 고유한 성향이 있기 때문에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첫째들은 대부분 가족과 형제들에게도 헌신적인 모습을 보인다.
(2) 매처(Matcher)
이들은 관계에서 주고받음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성향이 있다. 준 만큼 받고, 받은 만큼 돌려준다.
아마도 첫째와 둘째가 여기 많이 속하지 않을까 싶다. 둘째들의 경우 똑 부러진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 테이커로 세상을 살아가기엔 장기적으로 보면 좋은 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3) 테이커 (Taker)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받는 걸 더 좋아하는 성향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타인에게서 더 많이 얻으려고 할 수가 있다.
외동이나 막내 중에 테이커가 많을 거 같다. 그들은 환경 자체가 받는 것이 익숙한 환경에서 살아왔을 거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무의식 중에 받는 것이 당연하고 익숙하다 여겨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내 말은 그저 주관적인 생각에 불과하다. 재미로 봐주면 좋겠다.
나의 경우 매처라고 생각이 됐으나 혹시 몰라서 AI에게 물어보았는데 답변이 의외였다.
생각해 보니 애인 관련된 고민이나 프로젝트 리더일 때의 경험을 주로 입력받아서 그런 거 같았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내가 어떤 입장을 고수하는지에 대해 일화를 입력시켜 주니 '매처 7 + 기버 3'으로 진단이 바뀌었다. 연인과 가족을 생각할 때는 기버의 성향이 두드러진다는 진단이었다.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이 나와 같은 유형일 것이다. 우리 모두 소중한 사람에게는 손익을 따지지 않게 되니까.
결국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는 기버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매처나 테이커일 수 있다.
정답은 없다.
다만 손익을 따지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지금도 내가 인간관계를 이어가는 가장 큰 동력이다.
그런 관계를 더 많이 만들고,
그 안에서는 계산을 내려놓을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