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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 Luna Sep 14. 2022

아무튼, 학교

  지난 학기에 나는 건강상의 이유로 휴직을 했다. 출근을 하지 않고 시작하는 3월은 어색했다.  나는 집에서, 병원에서, 학교의 시간을 더듬었다. 시계를 볼 때마다 학교의 시간이 겹쳐졌다.

 8시 50분, 1교시가 시작했겠구나.

 1시 30분, 점심시간이 끝나가겠구나.

 3시, 6교시를 하고 있겠구나.

 5시, 방과 후 수업을 하고 있겠구나.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학생들을 가끔 보면, 중학생이구나, 고2쯤 되어 보이는구나, 중간고사 기간인지 일찍 하교하는구나, 가늠했다. 처음에는 그저 지나치게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이런 자신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나는 어쩌면 학교를 그리워하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되며 복잡한 마음이 일어났다.

  사명감에 불타올라 학생들을 뜨겁게 가르친 기억도 없다. 그저 매일 만성 피로에 허덕이며, 퇴근 시간을 기다리는 평범하고 평범한 사람이었다. 학생들과도 적당히 거리를 두고, 할 수 있는 만큼의 친절과 지도를 전하고자 했다. 가르치는 일은, 당장의 성과가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보다 어렸던 나는 훨씬 더 조급해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이게 맞는 건지,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 건지, 피드백이 느껴지지 않는 시간들 속에서 무력했고 답답했다. 훌륭한 동료 교사들의 열정을 바라보며,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 지나치게 오래 근무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자책도 많았다.

 답을 구하지 못한 채 아직 무더웠던 지난 8월, 2학기 개학과 함께 복직을 했다. 출근 며칠 전부터 긴장을 했다. 오래 쉬었는데 수업을 잘할 수 있을까, 학생들과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등등의 걱정이 쌓여갔고, 잠도 잘 못 자며 뒤척였다.

 약간의 두려움을 안고 출근한 2학기 개학일을 잊지 못하겠다. 익숙한 교무실과 책상, 선생님들, 교실 안의 학생들이 놀랄 만큼 친근했다. 마치 휴직을 하지 않았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곳에 녹아들어 갔다. 이런 나 자신이 당황스러워 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처음 보는 학생들과의 첫 수업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아무렇지도 않게 수업을 진행하는 내가, 나에게는 그날 가장 낯선 풍경이었다. 걱정과 불면이 무색했다.  

 2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뜨겁던 여름은 슬며시 가고, 이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나는 여전히 그곳에 있다. 학생들과 인사하고 수업을 한다.  예전보다 건강을 회복해서인지, 나는 가끔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겨 관조하기도 한다.

 나와 학생들, 교실과 학교의 시간들을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본다.

 세월이 쌓여가고 있다.

 이 순간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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