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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 Luna Jun 01. 2022

요가 열등생


다시 요가 수련을 하고 있다. 여전히 유연성도 근력도 없고, 거기다 군살은 점점 붙어가는 한심하고 비루한 몸을 이끌고 요가원에 간다. 매트를 꺼내고, 되도록 내 몸이 정면 거울에 잘 보이지 않는 문 옆의 구석진 곳에 앉는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선생님을 기다린다. 하나 둘 수련생들이 요가원에 들어온다. 뒤쪽에 앉다보니, 내 앞에 자주 앉으시는 분의 뒷모습, 거울에 비친 그분의 앞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그분은 놀랄 만큼 가녀린 몸매를 가지셨는데 사뿐사뿐 걸어 들어와 뒤에 앉아 있는 나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 거울 앞에 나비처럼 사르륵 앉으신다. 그리곤 매트 위에서 몸을 좌우로 가볍게 푸신 다음, 두 다리를 옆으로 쫙 펼쳐낸다. 그때 뼈가 두둑 하는 소리가 조금 들린다. 정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두 다리는 옆으로 나란히 일자 형태가 된다. 그리고 두 팔을 벌려 몸을 앞으로 숙이며 배가 바닥에 닿도록 완전히 납작하게 앞으로 엎드리신다. 그 상태로 양손으로 발끝을 잡고 머문다. 박쥐 자세, ‘우파 비스타 코나 아사나’라고 하는 자세다. 자주 보는 광경이지만 나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경이롭다. 사람의 몸이 저렇게 종이처럼 반듯하게 접힐 수 있구나. 우아하게 동작을 정리하고 다시 앉은 자세로 돌아오는 그분을 보며, 선생님께서도 완벽한 아사나라고 칭찬하셨다.


 나는 다리가 옆으로 절대 쫙 펴지지 않고, 그 자세로 반듯하게 앉아 있기도 힘들 뿐더러 상체를 앞으로 숙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선생님께서 수련 시간에 박쥐 자세를 지도하면, 엉거주춤 다리를 펼쳐내고 구부정하게 앉아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순간 거울 속에는 나만 보인다. 앞쪽에 있는 회원들은 이미 상체가 아래로 향해 있고, 앞으로 숙이지 못한 나만 홀로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있다. 요가 수련할 때는 다른 사람을 보지 말고, 자신을 보라고 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에게 집중하라고 한다. 하지만 보인다. 다른 사람도 보이고, 나도 보인다. 나는 절대 할 수 없는 것을, 해내는 사람들을 늘 본다. 요가에서 아사나가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요가원에서는 호흡에 따른 아사나를 중심으로 수련하기 때문에 유연한 사람들이 가장 눈에 띈다. 그리고 유연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들을 부러워하고 자신의 몸을 탓하기도 한다. 그런 마음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요가 선생님은 늘 신신당부를 하신다.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의 동작만 하라고, 그래도 된다고.

 거울에 비친 나를 보니, 학교 수업 시간에 문제를 풀지 못해 쩔쩔매며 옆에서 문제를 다 풀어내는 친구를 부러워하는 학생이 떠오른다. 잘하고 싶은데 잘 할 수가 없어서, 자신을 탓하며 주눅 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점점 더 공부가 싫어지고 온갖 핑계를 대며 학교를 멀리하고 도망갔다. 상담을 하며 나는 판에 박힌 말을 했다. ‘공부에 좀더 관심을 가져보자. 꼭 일등을 해야하는 건 아니잖아. 너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과목들이 있어.’ 하지만 학생은 대답하지 않았다.

 부러움에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지 못해, 그 마음이 겉잡을 수 없이 커져 버렸다. 처음에는 작은 마음이었다.


 작은 마음이 생기기 쉬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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